다모의 황보윤, 궁의 이신, 그리고 마왕의 오승하...
이 세 사람은,
일찌기 내가 드라마 캐릭터로서 가장 사랑한,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영원히 잊지 못할 인물들이다.
다모...
내 인생의 드라마..
그리고 황보윤,
그는 내가 드라마에서 일찌기 볼 수 있으리라고 상상도 못했던
그 해의 기사에서 표현했듯
'드라마 사상 가장 장엄한 남성상을 보여준'
그런 캐릭터로서,
내겐 캐릭터가 아니라 실존 인물처럼 느껴지는 인물이다.
벌써 십년 전의 드라마요, 캐릭터지만
잊은 듯 하면서도
그를 생각하거나
그를 보면 생생하게 되살아나는
불멸의 캐릭터이다.
그리고,
배우가 연기한 인물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기에
황보윤을 연기한 배우와는 전혀 연결이 되지 않았고,
오히려 그래서
황보윤이라는 캐릭터를 더더욱 사랑할 수 있었던
특이한 케이스이다.
대개는 캐릭터를 사랑하면 배우에게도 마음이 끌리기 마련이건만
황보윤만은
오롯이 그 자체로 내게 아직도 마음 깊숙이 존재한다.
아마도 그런 캐릭터는 다시 만나기 힘들 것이다.
궁의 이신은 내게 주지훈이라는 배우를 알게 해주었다.
이신과 주지훈은 서로에 대한 애정에 상승작용을 일으킨다.
이신을 이해하면
주지훈을 사랑하게 되고,
주지훈이란 배우의 개성을 이해하면
이신이 더더욱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고작해야 25세의 비주얼 빛나는 배우인
주지훈은
내게 이신이라는 캐릭터를 사랑하게 해주었다.
다모폐인이었던 어떤 사람은
궁의 이신을 배우와 캐릭터가 혼연일체를 이루었다고 평한 적이 있다.
비록 완벽하지 않을진 모르나
마치 첫사랑같은 설레임을 주는 이신과 주지훈...
역시 잊을 수 없는 아름다운 시절을 내게 주었다.
그리고 마왕의 오승하..
아..오승하..
마치 황보윤을 생각할 때마다 심장에 통증을 느끼듯,
오승하도 그러하다.
아니..오승하에게 느껴지는 통증은 보다 미세하다.
황보윤에게선 비장하고 장엄하며 아름다운 슬픔과 눈물의 카타르시스를 느낀다면
오승하는
비현실적인 캐릭터임에도
오히려 훨씬 리얼하고 가슴 저린 아픔을 준다.
궁의 이신이 주지훈을 사랑하게 만들었다면
마왕의 오승하는 주지훈을 통하여
새로운 표현 예술의 새로운 세계로 훌쩍 뛰어들어가서
그가 대본이나 연출을 뛰어넘어
배우 주지훈의 힘으로 창조해낸 인물과
절절하게 만나고 온 진기한 체험을 하게 해준다.
황보윤의 비극은 무협멜로적인 다소는 과장스러운 감정 과잉 상태로
날 몰아넣는다면,
오승하의 그것은 보다 피부에 와닿는다.
아마도 오승하의 비극 속엔 삶과 죽음에 관한 차가운 진실이
어둡고 심연을 알 수 없는 우물 속에서 끝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황보윤은 무협멜로적인 판타지라면
오승하는
초현실주의적 난해한 그림 속의 아름다운 퍼즐이다.
황보윤, 이신..그리고 오승하로 인해
난 참으로 행복했다.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그들을 생각하면
가슴이 뻐근할 것이고
그것만으로도
이 재미 없는 세상에 한줄기 단비가 되어줄 것이니
난 그들을 사랑하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