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추리소설

모놀로그 2011. 12. 5. 07:53

앞서 말한 나의 서고의 한면을 차지한

가장 중요한 나의 애장품은

아마도 추리소설들일 것이다.

 

그 역시 소녀 시절부터 대학 시절을 거쳐

오랜 시간을 두고

사들인 나의 소중한 재산이다.

 

어렸을 때,

엄마가 사주신 셔얼록 홈즈와 루팡의 전집으로

처음 접한 추리소설은

내겐 매우 흥미로왔고,

 

시간이 흘러

어느날

엄마는 당시에 갑자기 등장한 동서문고의 추리소설 세트를

사주셨다.

 

셜록 홈즈와 루팡이 전부인 줄 알았던 나는

이윽고 동서추리문고세트를 통해서

 

세계 유수의 추리소설가들의 명품을 접했다.

 

긴 시간을 두고

난 동서 추리문고에서 누락된 것들을 더 사들여서

거의 완벽하게 갖추었다.

 

동서추리문고엔 웬만한 추리소설은 거의 들어있기에

그것만 소장하고 있어도

세계적인 작품은 모조리 섭렵할 수 있다.

 

그런데

시간이 흐르면서

역시 알 수 없는 이유로

한두 권씩 사라지기 시작하고,

나도 관리가 소홀해지면서

절반 밖엔 남지 않게 되었다.

 

아마 친구들이 놀러왔다가

말도 안하고 집어갔을 것이다.

 

빌려갔다가 돌려주지 않은 것도 있으리라.

 

지금은 구하기 힘든 작품들도 있다.

 

이후로도

난 틈틈이 유명 작가의 작품 중에서

동서추리문고에 실리지 않은 것들을 구입하였다.

 

그나마도

몇 년동안 돌보지 않아

먼지가 쌓이고

엉망진창이 되었다.

 

동서추리문고같은 경우엔

워낙 오래되서

거의 너덜너덜해졌다.

 

하지만 다시 구하기 힘든 것들이라

남은 거라도

잃어버리지 않으려고 최근들어서 나름 애쓰고 있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작가는

아가다 크리스티이다.

 

허벌나게 많은 작품을 써제끼는 바람에

기복이 크다.

 

꽤 쓸만한 작품이 몇 개 있긴 하지만

대개는 도저히 봐줄 수 없을 정도로 형편없다.

 

하지만

그녀의 최고의 걸작이라고 할 수 있는

'애크로드이드 살인 사건'

은 인상적이었고,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

는 대중적으로는 꽤 유명하지만

내겐 그저 그렇다.

 

내가 그나마 좋아하는 크리스티의 작품은

'커어튼'

이라는 것이다.

 

크리스티 특유의 방정맞고 수다스럽고 산만하며 엉성한 면이

없진 않지만,

그래도 꽤 감동적이고 깊이가 있는 편이다.

 

무엇보다 포와로의 죽음을 다루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다.

포와로는 법으로는 심판이 불가능한 범인을

자신이 단죄하는 대신

자기 목숨으로 그 댓가를 치룬다.

 

이런 수법은

요즘엔 하다못해 드라마에서조차 쓰이고 있지만

크리스티 시대엔 새로왔을 것 같다.

 

(하지만,

탐정이 범죄를 저지르고

자살을 택하는 건

그 외에도 엘러리퀸의 '도르리 레인 최후의 비극'이 있다.)

 

영국 작가들의 작품에선 볼 수 없는

참을 수 없는 가벼움과 지나치게 조잡한 트릭을 여기저기 장치하는 바람에

산만한 구성이

매우 거슬린다.

 

미국 작가 중에서

인상적인 사람이

엘러리 퀸이다.

 

사실 한창 추리소설에 빠져 있을 땐

제일 좋아하기도 했다.

 

하지만

역시 다작을 해서인지

엉성한 작품이 꽤 많다.

하지만 걸작도 만만치 않게 있다.

 

엘러리퀸의 매력은

장편보단 중편이나 단편에 있는 것 같다.

 

동명의 탐정인

엘러리 퀸은

젊고 매력있는 남자인데,

솔직히 밥맛이다.

너무 잘난 체 한다.

 

엘러리 퀸의 장점은

거의 수학적인 논리이다.

범죄를 마치 수학 문제를 풀듯이

완벽한 논리로 제압한다.

그게 꽤 재미 있어서

즐겨 읽었다.

 

또 한 사람 인상적인 게

반 다인이라는 작가인데,

 

이 사람이 문제이다.

 

아마 그처럼 잘난 체 하는 추리소설은

유례가 없으리라.

어찌나 현학적인지

게다가 그 범위가 어찌나 넒은지

역시 동명이인의 탐정인 반 다인은

거의 모든 면에서 전문가가 아니라

명인의 반열에 올라간 사람 같다.

 

하지만

나름 격조 있는 매력은 있다.

 

정통 추리 소설에 지쳐갈 무렵,

나타난 도서 추리는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장르이다.

 

도서 추리는

정통 추리처럼 시시껄렁한 눈속임의 트릭을 제시하고

그걸 풀어보이며 잘난체하는 탐정이 등장하는 대신에

 

이미 범인을 알고 있는 우리에게

그 범죄를 둘러싼

범인과 탐정의 심리전이 매력이다.

 

그래서 뛰어난 재야의 작품은

대개 도서 추리에서 찾을 수 있다.

 

내가 제일 좋아하는 작품은

필포츠라는 작가의

 

'어둠의 소리'

이다.

 

또한

미국 작가 중에선

 

'죽음의 키스'

가 인상적이라고 하겠다.

 

정통 추리와 도서 추리가

영국에서 발달했다면

 

미국은

하드보일드스러운 매력에서 앞선다.

 

특히 최고로 치는 작가는

챈들러이다.

 

그의

'기나긴 별리'

라는 작품은 대단한 걸작이고,

탐정의 매력도 뛰어나다.

 

아쉬운 건

 

'말타의 매'

가 어디론가 사라진 점이다.

 

역시 하드보일드적인 작품에선

걸작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다시 구해볼 생각이다.

 

미국 하드보일드 작품들은

한편의 영화나 드라마를 보는 것 같다.

 

그만큼 전형적이기도 하다.

 

페리메이슨 시리즈는

역시 잘난체의 선봉자라

흥미가 없지만

그래도 얕은 재미는 있어서

여러 작품을 구해서 소장하고 있다.

 

읽을 땐 재밌지만

읽고나면 남는 게 별로 없는

경박한 미국적인 작품이라고 하겠다.

 

아마

챈들러와 해미트의 작품이

하드보일드에선

가장 뛰어나지 않을까 싶다.

 

 

to be continu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