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동원과 장효조
프로야구시대가 개막되기 전,
그러니까 아마추어 야구만으로도
전국민을 열광시키던 시절이
내가 정말 야구광으로 살았던 시절과 맞물린다.
프로야구는 직접 보러간 적이 몇 번 안되지만,
대학 야구나, 고교 야구는
방학만 하면
동생이나 친구들과 틈만 나면 찾곤 했다.
가끔은 나 혼자 야구장에 가기도 했다.
내가 어렸을 땐
고교야구가 최고 인기였다.
난 그게 참 신기했다.
어째서 고교야구에 사람들이 그토록 열광하는지 이해를 못했다.
나중에야 당시의 정치 상황과,
지역감정 등등이 어우러져서
그토록 광적으로 응원전을 펼쳤던 것을 알았다.
예를 들어 전라도 계열의 고등학교가
각종 이름 있는 경기의 결승에 오르기라도 하면
그야말로 야구장이 미어터졌고,
암표조차 구하기 힘들 지경이었으니..
그때만해도 어렸던 지라
전라도 계열의 학교들이 결승전을 하면
아예 야구장에 가는 걸 포기했었다.
무서웠던 것이다.
유난히 인재들이 몰리는 시절이 있나보다.
내가 야구에 관심을 가졌던 무렵에
갑자기 굉장히 많은 스타 선수들이 배출되었고,
무한한 선수 자원은 프로야구라는
새로운 야구 시대를 열었던 것이다.
메이져리그같은 고급 야구에 길들여진
우리에게,
한국의 열악한 환경에서의 촌스러운 경기는
그다지 눈에 차지 않았지만,
그래도 제법 인기 스포츠로 자리매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난 아마추어 야구가 더 좋았던 것 같다.
아마추어의 세계는, 돈이라는 것과 곧바로 연결되는
프로의 세계가 줄 수 없는 순수한 열정이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내가 한참 야구에 빠져 있던 그 시절의
최고 스타가 바로
'최동원'과 '장효조'였다.
어느덧 까마득히 잊고 있었던 그 이름을,
최근에 그들의 죽음으로 난 그들에 대한,
아니 엄밀하게 그들이
그라운드를 주름잡던 시절에 대한 기억과 더불어
되살린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최고의 투수와 타자들을
그러나 아직도 젊다고 할 수 있는 나이에
세상을 떠나는 바람에 떠올리게 된 것이
어쩐지 서글프기도하고, 미안하기도 하고
무척 착잡하다.
약속이라도 한 듯이
우리나라 최고의 투수와 타자로 칭송받던 그들이
나란히 세상을 떠나버렸다.
난 '최고'는 늘 저어한다.
그래서 그들은 내가 좋아한 선수들은 아니다.
난 이상하게 메이져보단 마이너에 마음이 끌리는 체질인가보다.
혹은 2인자에게 주목한다.
아니 그들이 더 매력 있다.
예를 들어 2인자가 이끄는 팀이
최동원같은 최고 투수의 월계관을 쓴 팀을 이길 때
난 카타르시스를 느끼곤 했던 것이다.
그러니
안타제조기라고 불리던 장효조 선수나,
무쇠팔 최동원 투수는
내 취향은 아니었던 셈이다.
하지만,
어떻든 그들은 나의 야구광 시절, 한국 야구를 대표하는
스타 중의 스타였고,
한국 야구의 보물들이었다.
백세 시대라고 다들 떠들어대는 이 시대에,
겨우 50대에
최고의 투수와 최고의 타자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그들의
연이은 죽음이
어쩐지 서글프기도하고, 묘하기도 하다.
이상하게도
막상 프로야구에 진출한 그들의 족적은
내 기억에 남아 있지 않다.
별로 좋지 않게 마무리되었다는 정도만 어렴풋하다.
아무튼,
한국 야구의 전설이었던
두 거성이 앞서거니 뒷서거니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이
야릇한 느낌을 준다.
내가 갑자기 무지하게 오래 산 것 같은
느낌마저 든다.
한때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어온 이름들이
꽃이 지듯
허망하게 져버린다.
그게 너무나 이상하다.
아무튼
최동원과 장효조의 죽음은
유난히 무상함을 느끼게 하누나;;;;;ㅠㅠㅠ
그들의 영전에
내 아름다운 시절을 꽃다발로 만들어 바치노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