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날 때 묻는 인연...
다모에는 명대사가 많지만,
아니..명대사라기보단
심금을 울리는 대사가 많지만,
요즘 들어 머릿속에 끝없이 떠도는 것이
바로
'인연은 끝날 때 묻는 것'
이라는 대사이다.
과연, 모든 인연은 시작할 때야 다 새롭고, 좋게만 여겨질 것이다.
좋은 인연인지, 악연인지는
그것이 끝날 때 가서야 판가름난다.
그리고 참 슬픈 일이지만,
대개의 인연이라는 것은
그다지 좋게 끝나지 않는다.
나..
바로 나 자신이라해도
역시 다를 바가 없다.
'나'라는 존재는
'나'와 너무나 밀착되어 있기에
자칫 일체로 혼동하기 쉬우나,
실제론
'나' 라는 자아와
'나'라는 실존과의 갭은 분명히 있다.
그걸 인식하지 못할 만큼
깊숙이 생에 빠져서 허우적거리는 게
실은 좋은지도 모른다.
저런 쓰잘데기 없는 생각은 안할 테니까.
하지만,
가끔 조금만 멀리서 바라보면
'자아'와 '실존'도 분명 인연이다.
나도 저 두 인연이 만나서
만들어진 것이다.
물론
나의 두 개체 사이 인연도 그렇지만
나와 가까운 사람들과의 인연도 마찬가지..
모든 인연은 끝날 때 묻는다.
하다못해 강아지도 그러하다.
떠난 녀석과의 인연은 아름답게 시작되었지만
끝날 땐 그렇지 못했다.
모든 인연은 그럴싸하게 시작하지만,
끝은 그다지 아름답지 못하다.
그래서
'끝날 떄 묻는 인연'
이라는 말이 요즘 들어 더욱 나의 화두가 되어 간다.
하다못해
이 블로그만 해도
나와는 인연이다.
이 블로그에 담겨진 갖가지 글과,
그 안에 담긴 누군가에 대한 애정도
인연이다.
그것들이 과연
끝날 때 어떤 식으로 내게 인연을 물어올까?
실은 난 대단히 부정적이다.
인연이라는 것 자체가
악연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나의 대단히 부정적이고, 비관적인 가치관 탓인지 모르겠으나
대개의 인연은 악연이라고 생각하는 바이다.
하지만
악연이라고 다 나쁜 건 아니다.
악연과 좋은 인연은 종이 한 장 차이이고,
생각하기 나름이니까.
누군가로 인해 고통받는다 해서
악연이라고 단정지을 수만은 없으니까.
그 안에서 나름 뭔가를 얻었다면
그 또한 수확이니 말이다.
하지만,
난 끝날 때 인연을 묻는 것이 싫어서,
인연이 끝나기 전에
인연을 끝낸다.
내가 주체가 되서 인연을 만들 떈
그게 가능하다.
하지만,
나라는 존재는 그렇지가 못하다.
참 이상하지만,
세상에서 제일 맘대로 안되는 것이
바로 나 자신이라는 걸
요즘 절감한다.
타인이라면,
얼마든지 해결이 가능한데,
그 대상이 바로 '나'일 땐
그렇게 간단치가 않다.
그리고 그것이 나를 무지하게 화나고 짜증나게 하는 것이다.
그렇게 따지면
세상에서 가장 악연은
바로 나 자신과의 인연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