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23부- 황태자부부의 몰래데이트씬이 내게 주는 것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궁에서 유일하게 아무런 느낌도 받을 수 없는 게
또한 황태자부부의 몰래데이트씬이다.
이유가 뭘까...
궁답게 영상미도 죽여주고,
매 장면 이쁘고
의미가 없는 것도 아닌데...
뭔지 모르게 공허하고 허깃증을 느끼게 하는 유일한 장면이다.
궁을 내가 사랑하는 이유는,
매우 유니크하기 때문이다.
단지 유니크할 뿐 아니라
독창적이고
단지 독창적일 뿐 아니라
의미도 깊다.
그런데
이상하게
황태자부부의 데이트씬에선
그 어떤 진정성이나 깊이를 느낄 수가 없다.
아름답고 감동적이라고 인정은 하는데
동참은 할 수가 없다.
궁에서 유일하게
보여지기 위해
보여주는 장면이라는 느낌을 받는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다.
어떻든 나도 그 장면들을 보고 있으면
가슴이 뭉클하긴하다.
그리하여
공허함과 허깃증과 안타까움과 아스라함이 제각각 따로 놀다가
어느 순간 합체하면서
나에게 참으로 묘한 이질감을 느끼게 하는 것이다.
그렇다.
그 장면들은
말하자면, 뮤직비디오같다.
하지만 궁이 뮤직비디오같은 느낌을 준 건
아마 그 장면이 유일할 것이다.
아마 그것이
내가 그 장면에서 받는 묘한 반감과 이질감일 것이다.
다른 드라마였다면
그러려니 했을 것이다.
하지만 궁은 다르다.
궁의 영상은 그렇게 가볍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하필,
신군과 채경의 절절한 사연이 무려 23회에 걸쳐 우리를 웃고 울게 만든
휘날레를 앞두고
저런 가벼운 느낌의
뮤직비디오를 보여준 것이 난 싫은 것이다.
그 뮤직비디오 안에는
신군과 채경이가 아니라
궁의 주연배우들이 있을 뿐이다.
물론, 그들은 매우 멋지지만,
그러나
생뚱맞다.
내가 신군과 채경에게 느끼고 있는 내 나름의 느낌과,
뮤직비디오에서 보여주는
가벼움은 공존하려들지 않는다.
궁팬들이 그토록 찬양했던 명동키쓰신도 그러하다.
난 그 장면을
물론 참 멋지다고 생각하지만,
처음으로
그냥 멋지다고 생각한다.
그 장면은 깊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음에도
처음으로 그 깊이가 겉포장의 가벼움 때문에 가려졌다.
하지만
그건 내게 참으로 안타까움을 준다.
주지훈의 멋진 모습과 그에 대한 동경,
궁의 휘날레가 닥쳐왔다는 허전함
신군과 채경의 사연의 절절함에 못미치는 가벼운 영상
그것들이 합체되어
내게 묘한 느낌을 불러 일으키는 것이다.
그리하여
궁에서 내가 가장 몰입하지 못한,
하다못해
내가 입에 침을 튀기며 욕했던 그 어떤 장면보다
내게 어필하지 못한 장면이 되버렸다.
물론,
이건 나라는 인간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