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기개이다

모놀로그 2011. 8. 20. 00:00

요즘 난 무척 약해졌다.

건강이 지속적으로 약해진 채로

몇 년을 지내다보니

그렇게 된 것 같다.

 

물론, 타인에겐 여전히 못되게 굴지만,

특히 엄마에게;;

 

나 자신에겐 한없이 약해진 것이다.

 

그래서 날잡아 곰곰히 생각해본 결과,

인간에게 가장 필요한 것은

 

바로 기개라는 결론을 내린다.

 

기개에서의 '개'라 함은 물론,

절개를 뜻하리라 생각한다.

 

웬 절개?

라고 할지도 모르지만,

 

절개란 꼭 나라나 군주, 혹은 배우자에게만 지키는 건 아니다.

자기 자신에게도 지켜야한다.

 

그러니

자아에게 지켜주는 기개가 꼭 필요하다.

그것이 없으면

인간은 허접쓰레기일 것이다.

 

정신은 점점 헐렁해지고 나약해지고 멍해진다.

 

기개가 살아 있다면

그 어떤 육체적 고통이나, 정신적 고통도 이겨낼 수가 있다.

 

특히 이런 시대에서 기개를 잃어버리면

그야말로 한순간에 나락으로 떨어지기 마련이다.

 

난 일찌기 '루이제 린저'의 소설에서 읽었던 귀절

 

'생이란 스스로 정신속에서 구원하지 않으면 정말 끔찍한 거야!'

 

를 모토로 삼고 살아 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모르게 자꾸만 육신에게 침범당하여 피폐해져가고 있다.

인간이 나락으로 떨어지는 가장 지름길은

바로 육신에게 정신이 잡아먹히는 것이라는 걸

익히 알고 경계해 왔음에도..

 

정신의 기개가 서슬 퍼렇게 살아 있다면

육신의 고통 쯤은 아무것도 아닌데 말이다...

 

난 문득,

어린 시절,

흠모했던 베에토벤을 비롯한

고전 음악의 천재들을 생각한다.

 

그들은 하나같이

병약하고, 가난하였다.

 

그럼에도 그들은 자신의 육신에 지지 않았고,

불멸의 명곡을 남겼다.

 

'아마데우스'라는 영화를 보면서,

난 강렬한 인상을 받았었다.

 

모짜르트에게 인생이란,

자기가 음악을 만들기 위한

거대한 오선지일 따름이다.

 

그 이외의 시간은

그에겐 그저 작은 유흥이었다.

 

음악을 만들기 위한 에너지의 충천일뿐이었던 것이다.

 

우리네 소시민들은 일상 생활이야말로

가장 중요하다.

 

먹고 자고 싸고

좋은 거 입고, 좋은 차 타고, 좋은 옷을 입기 위해서

안간힘을 쓴다.

 

하지만

아마데우스를 보면서

난 천재의 특이한 생에 대한 마인드에 감탄했었다.

 

물론,

그것을 영화지만,

그러나 실제로 그러했으리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그는 가난과 질병 속에서,

인간이 다다를 수 있는 최악의 고통 속에서

그런 음악을 남길 수 없기 때문이다.

 

내가 가장 사랑하는 베에토벤은 어떠한가!

 

늙고 병든 그는

최고로 불행했던 시절에

최고의 명작을 남겼다.

 

슈베르트도 마찬가지이고,

쇼팽도 그러했다.

 

그들은 기개를 잃지 않았다.

그래서 그들은 천재이고,

그들의 이름은 불멸이며

그들의 음악은 최고이다.

 

물론,

난 천재도 아니고

평범 이하이지만,

 

그러나

기개마저 잃는다면

내 영혼은 어찌될 것인가!

 

아니..

내가 이런 생각을 하게 된 것부터가

빨강불이 들어왔다는 신호이다.

 

전엔 늘 냉정했던 내가 말이다.

 

절대로,

나약해져선 안된다.

육체에게 져서도 안된다.

 

난 이제부터

내게 주문을 걸어야겠다.

 

기개를 찾아 길을 떠나자.

그걸 찾아서

꽉 움켜쥐자.

 

절대로 놓치 말자.

 

다른 건 다 놓아도

그것만은 놓지 말자.

 

지금의 나는 아주 내 마음에 안든다.

 

난 아무래도

날 '조율'할 필요가 있는 것 같다.

 

하느님에게 부탁하지 않고

내 힘으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