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 2011. 8. 8. 11:59

실은,

난 태풍을 좋아한다.

 

태풍의 피해를 수시로 받는 지역에 사는 사람들에겐

매우 미안하지만,

 

미치게 더운 여름엔 태풍이 그나마

기다려지는 걸 어쩌랴??

 

이유는 단 하나.

태풍이 몰고오는 비는

차갑기 때문이다.

 

여름엔 소나기가 내리면 완존 죽음이다.

안와주는 게 그나마 고마울 지경으로..

 

가뜩이나 후덥지근한 우라질 한국의 여름이

수많은 자동차와 빌딩도 모자라

이제 가정집마다 에어콘을 틀어대니

공기가 숨이 막힐 정도로 탁하다.

 

그럴 때 소나기 한방 때려주면

흐미;;;

 

습기를 두배로 높아지면서

땅의 열기를 물기가 받아서

공기에 되돌려주니

 

공기의 열기를 식히긴 커녕

어설픈 비 때문에

더욱 힘을 받는게 요즘의 실태이다.

 

그러나

그 모든 걸 한방에 해결해주는게

바로 태풍이다.

 

태풍이 몰고오는 바람과 비는

공기 속에 떠도는 갖가지 지저분한 것들을

간단하게 밀어낼 정도로 위력적이기 때문이다.

 

태풍이 지나가면

여전히 덥겠지만

그래도 잠시나마 숨은 쉴 수 있지 않겠는가?

에어콘 바람같은 게 아니라

자연의 바람,

그것도 찬 바람이 난 지금 너무나 절실한 것이다.

 

그래서

돌아버리게 더웠던 며칠

난 태풍이 온다기에,

은근히 기다렸다.

 

도무지가 숨을 쉬고 봐야하지 않겠는가!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기다렸던 태풍이 온 것 같아

반겨주려했더니

 

창문을 조금만 열어도

집이 통째로 날아가려는 듯 생난리를 치는 바람에

온 집안의 창문이란 창문을 모조리 꽁꽁 닫아야했다.

 

시원한 바람과 찬비가 식혀주는

맑은 공기를 흠뻑 들이마시려던

나의 야무진 꿈은 개박살이 나버렸다.

바람을 즐기긴 커녕

바람이 들어오지 못하게 막아야하는 형편이었던 것이다.

 

일찌기 서울이 태풍의 바람으로

이렇게 뒤흔들렸던 적은 없었던 것 같다.

 

밖에 나가면 시원하긴 한데

그 바람에 흩날리는 빗줄기는

우산으로도 막을 길이 없으니

 

조폭같은 태풍 이름답게

우라질스럽다.

 

무이파가 뭐냐?

무이파가..

 

아..

우울하고 지겨운 이 여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