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마왕

마왕 19부- 심판자와 조폭

모놀로그 2011. 7. 4. 19:54

 

 

 

복수자들의 정서는 보통 사람과는 많이 다른걸까??

 

해인의 집 앞에서 눈물을 글썽이다가

쓸쓸하게 돌아선 승하는,

 

'마빡'의 전화를 받자

당장 저렇게 표정이 달라진다.

 

주지훈의 얼굴은 곡선과 직선의 조화라는

생각을 늘 하지만,

 

카메라 각도와, 표정, 그리고 눈빛의 변화만으로

갑자기 저렇듯 싸늘하고 비정하며

날카롭게 변하는 것이 신기하다.

 

 

 

 

 

 

 

그는 견종철을 만나러 가는데,

그에게서 

 

 

'너나 나나 별 다를 바가 없다'

는 말을 듣고 안색이 조금 변한다.

 

그 정도의 말에 안색이 변하는 것도

아마 오승하의 내면이 많이 약해져있기 때문이리라.

 

하지만

난 견사장이라는 인간의 입을 통해서

왜 저런 대사가 나왔는지 잘 이해가 안 간다.

 

마빡이라는 사람이 오승하에 대해서 뭘 알고 있을까?
과연 그는 오승하가 정태성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는가?

 

그 대목이 좀 애매하다.

 

어쩌면 그 사람이 나오는 장면을 집중해서 보지 않았던 것이

이유인지도 모르겠다.

 

설사 알고 있다한들,

아니 알고 있다면 더더욱

저런 말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일찌기 정태성은

어린 나이에 밑바닥을 헤매었고,

하지만

저런 인간들과 이른바 맞짱을 뜰 정도로 세상에 무서운 게 없었다.

 

이후로 그는 세상사적 관점에서 보면

출세를 했다.

 

그리하여 이젠 변호사가 되었지만,

그가 세상에 알려진 바와는 다르게

이면에서 하고 있는 행동들은 확실히 정상은 아니다.

 

견종철은 이를테면 돈을 받고 청부업을 하는 조폭 같은데,

말하자면 그는 밑바닥 인생이고, 오승하는 사회의 지도계층, 혹은 엘리트 계층이라고 해도 좋다.

그러니

마빡이 보는 관점에서

오승하는 자기와 별 다를 바가 없는 인간임에 틀림 없다.

 

하지만,

그건 굳이 오승하만 그런 건 아니다.

 

강동현 의원이나,

그의 큰 아들.

 

자기를 앞잡이로 쓰고 있는 그들도

사회적으론 상류층에 속한다.

 

하지만 아무도 안보는 곳에선 오승하에 못지 않은 짓을 하고 있다.

 

뿐이랴?

 

진작 죽은 성준표 기자나,

권변인들 다르랴??

 

따지고 보면

사회적으로 지도계층에 있는 사람들치고

저런 밑바닥 폭력배와  다른 사람이 얼마나 될까?

 

권변이 한 짓은 그렇다치고,

현재 현직 국회의원이라는 강동현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는

마빡의 저런 말은 좀 쌩뚱맞다.

 

 

더우기 정태성의 경우엔

변호사가 된 이유가

잘먹고 잘 살기 위해서도 아니요,

 

바로 그 사회적 강자들의

또다른 얼굴을 까발기고

그것을 심판하기 위해서라면

 

굳이 조폭 따위의 저런 말을 듣고

안색이 변할 이유가 있나 싶다.

 

어쩌면 오승하는

자신이 도덕을 초월한 것이 아니라

아예 가장 도덕적인 행위를 하고 있다고

스스로 믿고 있었던 건가 싶은 의문이 생기는

장면이다.

 

그럴 수도 있기 때문이다.

 

사회적 강자들을 자기 손바닥 위에서

놀리며

그들의 심리를 훤히 꿰뚫고

그 심리를 이용하여

마치 줄에 매달린 인형처럼 자신의 의지대로

움직여주는 것에 심취하다보면

그런 착각이 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오승하의 입장이고

조폭이  저런 말을 오승하에게만 하는 것이 좀 이상하다.

 

견종철이란 인물의 오승하에 대한 기존 마인드가

전혀 설명되어 있지 않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뿐만 아니라 더 화가 나는 건

왜 그는

강의원이나, 강희수에게는 저런 말을 못하는걸까?

그들에게도 저런 말을 할 수 있는 용기가 있는가?

그들은 자기에게 돈을 주기 때문에 못하는건가?

그렇다면 오승하에게 잘난 체를 할 이유가 뭔가?

 

만일 정태성에게 해주는 말이라면,

결국 정태성에게 너도 강의원이나 나와 별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고 말하는 셈이 되는데,

 

심판자에게

넌 니가 심판하는 인간과 별로 다를 바가 없다고

이죽거리는 것이 가뜩이나 자기 혐오에 사로잡히기 시작한

승하에게 가벼운 일격이 될 수 있는 거라고

이해하면 되는건가?

 

 

 

하지만

정태성이 설사 자기가 하는 짓이

다시 없이 고결한 거라고 믿고 있었다 해도

 

그는 이미 19부까지 오는 동안

그런 확신은 잃어버린지 오래일테니 말이다.

 

방금 전에 거울에 비친 자신에게 술을 끼얹으며

 

'어디까지 가야 만족할거야?'

라고 자문한 오승하가

어째서 마빡의 저런 의미 없는 말에

흔들리는 걸까?

 

마왕에서 유일하게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장면이었다.

 

굳이 이해하자고 들면

그의 그런 질문에

그가 답을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하지만

견종철이 답을 주지 않아도

승하는 이미 스스로 알고 잇었을 것이니

 

어쩌면

그저 누군가의 입으로 확인받은 것이

가벼운 충격으로 다가온 것인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