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강아지와 여름이 내게 주는 트라우마

모놀로그 2011. 7. 4. 11:26

작년,

이맘 때 우리 강아지는 중병에 걸렸다는

진단을 받았고,

한달 정도 버티다가 끝내 무지개다리를 건넜다.

 

우린 녀석의 정확한 나이를 몰랐는데,

알고보니 떠날 즈음에 이미 14살이었다니

뭐..그만하면 그럭저럭 수명은 채운 셈이다.

 

하지만 너무 아프게, 너무 아픈 기억을 남기고

너무나 사랑했던 그 개쉐이는 가버렸고,

 

그래서 내겐 지난 여름이 악몽으로 남아 있다.

 

온 집안이 녀석을 위한 병실이었고,

사방 팔방에

녀석을 위한 간호용품이 널려있었으며

갓난아이라도 있는 집처럼

종일 녀석의 기저귀 빨래로

세탁기는 돌아갔다.

 

일회용 지저귀를 감당할 수 없을 정도여서

천으로 만든 지저귀가 하루에도  엄청나게 쏟아졌다.

 

난 개쉐이도 죽을 때가 되면

똥오줌 받아내야하는 줄을 미처 몰랐다

 

고 농담까지 했었다.

 

그래도 살아만 있어준다면

얼마든지 녀석의 간호에 몸바칠 의향이 있었으니,

 

난 힘든 줄도 모르고

밤낮을 녀석의 간호에 매달렸다.

 

녀석은 그러나..

 작년 8월 13일에 떠났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쯤 지난 후에

테리가 왔다.

 

테리는 어리고, 발랄하고, 애교스러운 강아지여서

떠난 녀석의 빈자리를 재빨리 채워주었다.

 

솔직히,

나 혼자였다면 다신 강아지는 키우지 않았을 것이다.

 

엄마의 상심이 너무 커서

허겁지겁 데려온 어린 유기견이다.

 

일년 가까운 시간,

 녀석은 온갖 재롱으로 엄마를 사로잡았지만,

 

한편으론

어릴 때 왔기 때문일까?

 

뭔지 모르게 애잔하고 안쓰러웠다.

늘 활기차던 테리가,

 

일주일 전, 털을 깍고 난 이후로

완전히 달라졌다.

 

심한 우울증에 시달리고 있는 것 같은데,

그건 털을 깎은 강아지가 흔히 시달리는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의 정도를 넘어선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관절이 선천적으로 안좋다는 말을 일찌기 들었었는데

 

설마 어린 나이부터 탈이날까 싶었더니만

엊그제부터 다리를 절기 시작해서

또 병원에 다니며

가뜩이나 폭리를 취하는 수의사들에게 갖다 바친다.

 

또 멀쩡하던 피부에 갑자기 사람의 여드름같은 것이

잔뜩 솟아나서

그 치료도 받아야한다.

 

명랑하고 잠시도 가만 있지 않던

테리가 마치 말년의 녀석처럼

종일 누워 있다.

 

난 갑자기 싫다는 기분이 든다.

 

여름도 싫고,

아픈 강아지도 싫고,

 

떠난 녀석을 떠올리게 하는 것도 싫고..

 

다..

싫다..

 

ㅠㅠ아픈 테리를 보면서

정작 내 마음은 작년에 떠나버린 녀석을  생각한다.

 

그래서

더욱 싫다.

 

왜 강아지를 다시 키울 생각을 했을까??

 

후회만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