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궁

궁 22부- 주지훈의 신군, 궁의 영상미를 완성하다

모놀로그 2011. 6. 22. 10:34

 

 

궁 시절에 대해서 주배우는,

 

힘들었다

혼났다

가위에 눌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았다..

 

등등으로 회상한다.

 

하기야 생짜 신인이

그렇게 힘든 캐릭터를 갑자기 연기하려니

가히 짐작이 가는 바이다.

 

그는 가끔 이런 말도 한다.

 

'하도 혼나다보니 감독님이 날 미워하는 게 아닌가 생각했다'

 

 

그러나,

궁을 보면

주지훈의 의심은 기우이다.

 

왜냐면

궁의 영상미, 그것도 매우 독창적인 영상미의 중심엔

반드시 주지훈의 신군이 있고,

 

의식을 했건 못했건

잠재적인 주지훈의 에너지는

그 영상미를 완성시켰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연출가가 배우에게 애정을 지니지 않고는

나올 수 없는 기량이다.

아니 감정과는 무관하게 예술가라면

누구나 탐낼만한 최고의 모델이다.

 

굳이 감독이 아니라면

적어도

카메라는 역시나 주배우를 사랑했던 것이 틀림없다.

 

내가 늘 주장하지 않던가!

 

사람 마음이야 어떻든

카메라는 막상 주배우를 보면 사랑에 빠지게 된다고..

 

그만큼 그에겐 풍부한 잠재력이 있다.

 

물론 궁은 영상미가 최고로 뛰어난,

단순히 그냥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극찬을 받아도 무방하리만큼 뛰어나지만,

 

다른 캐릭터들에겐 카메라가 비교적 단조롭다.

 

그러나

주배우를 담는 영상은 그들과는 천지 차이이다.

 

사실, 그 캐릭터와 그를 연기하는 배우를

돋보이게 하는 건

조명과 카메라의 위치이다.

 

그리고

궁을 보고 있노라면

카메라는 굉장히 섬세하게 신군을 잡아주며,

또한 그를 잡을 때의 구도나 위치는 예사롭지 않다.

 

카메라 감독은 연출가와는 또다른

프로이며, 예술가이다.

 

그리고

내가 늘 주장하듯,

주지훈은 카메라를 든 예술가에게

창작 의욕을 불러일으키는

기막힌 피사체이고,

 

이것은

그 어떤 배우도 지니지 못한

굉장한 장점이다.

 

위의 사진을 보라,

 

채경을 보낸 신군은 너무나 담담하고 고요한 표정으로

자기 세계로 돌아가 틀어박힌다.

 

그가 착잡한 얼굴로 머리를 쥐어뜯는다던가,

벽을 긁으며 울부짖는다면

난 무척 실망할 것이다.

 

침대에 몸을 던지고

괴로와해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나,

주지훈의 연기 동선은 언제나 매우 새롭다.

그는 갑자기 저렇듯

고요하고 무표정하며

거의 잔잔하기까지 한 모습으로

어둠 속에 천천히 떠오른다.

 

 

저때의 카메라의 위치며,

색감이며

주지훈의 신군의 표정은

참으로 정적이고 그래서 너무나 쓸쓸하며

그래서 방금 전에 사랑하는 여자에게 최후의 통첩을 받은

남자치곤 다소는 쌩뚱맞을 정도지만,

그러나

우린 침묵과 색채가 가득찬 어느 공간 속에 조용히 침잠하는

신군의 모습만으로 그의 아픔에 숙연하게 동참하게 된다.

 

그리고 그것이 바로 궁의 뛰어난 점이며,

신군이 중심이 되는 영상이 다른 캐릭터의 그것과 차별화되는 점이다.

 

다른 캐릭터에겐 많은 설명을 주지만,

신군에겐 저렇듯 카메라와 색감과 놓여진 공간만으로

우리와의 소통을 가능하게 하는데,

 

그 아름다움이란 일찌기 본 적이 없는 독창적인 예술성의 극치를 이룬다.

 

 

 

앞서도 말했던 정지의 미학이 주지훈의 신군에게서 완성되고 있다.

그는 매우 느릿하게 움직임에도

지루하지가 않다.

오히려 숨을 죽이게 한다.

 

저 장면..

정말 아름답다.

 

궁의 영상미가 주지훈이라는 유니크한 배우와 더불어 완성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