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궁

궁 22부-주지훈의 신군, 캐릭터와 패션의 조화

모놀로그 2011. 6. 18. 10:29

 

 

 

궁 본방 시절에,

드라마 게시판에 올라온 글 중에

나를 미소짓게 하는 글이 꽤 있었는데

 

그 중 하나가,

 

이 장면에서 주지훈의 신군을 두고,

 

'공포의 청청 패션마저 잘 소화한다'

 

는 찬사였다.

뭐 이때야 그야말로 주지훈의 시대였으니

뭘 해도 찬사가 쏟아졌겠지만,

그러나 오히려 그래서

조금만 거슬려도 그만큼의 비난도 쏟아질 위험이 다분한 시기였다.

이미 스타덤에 올라섰으므로

그만큼의 반대세력들도 양산되어 있을 무렵이기 때문이다.

 

'공포의 청청 패션'

에 대해선 우리 여성들 사이에선,

어쩌면 남자들도 그럴지 모르지만

암암리에 형성된 공감대가 있다.

 

'절대로 함부로 시도하지 말자!'

 

그게 우리의 공감대이다.

옷 잘입고, 스타일 멋지다고 고개 치켜들고 다니다가

자칫, 단숨에 깨질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뭐, 주지훈 정도의 톱 모델이라면

공포의 청청 쯤이야 가볍게 소화하겠지만,

그래도 상당히 위험한 접근이다.

 

물론,

그는 유니크하게 소화한다.

 

 

하지만 중요한 건 그게 아니라.

단언하건대,

 

주지훈의 신군은

아니, 주지훈이라는 존재의 등장은

하다못해 저런 유니크한 패션 감각만으로도

당시엔 상당히 신선한 충격을 주었으리라는 것이다.

대체 저런 의상을 입은 채로

오만하고 냉철하면서도

고뇌에 찬 황태자를 누가 상상할 수 있을까??

 

내가 비록 그 현장에 함께 하진 못하고

뒷북을 열나게 쳤지만,

나도 궁에서의 그의 패션 감각엔

늘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으니 말이다.

 

대체, 저런 옷을

저렇게 소화할 수 있단 말인가?

 

정말 신기하다못해

기적적이기까지 하구나..

 

그가 모델 출신이니 당연한거라고

생각한다면 그건 좀 아니다.

 

왜냐면

우리나라 배우들 중

상당수가 모델 출신이기 때문이다.

그 사람들이 모두 주지훈식의 패션으로

드라마에 나오지도 않을 뿐더러,

그렇다해도 주지훈식으로 감당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다시 말해서 의상에 묻히지 않고,

오히려 그 의상을 지배할 수 있을지 의문이란 말이다.

그는 평범한 코디를 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보기에,

모델 출신 배우 중에서

주지훈은 이색적이다.

 

그는 패션 감각을 분명 지니고 있을 것이지만,

거기에 대해서 굉장히 무심하다.

그리고 잘 보면 그 무심함이

그에겐 포스트모던한 패션 감각을 부여하는데,

 

확실한 건

그는 상식적이지 않은,

작은 인형에게나 어울릴 만한

옷차림을

일상적으로 소화한다는 것이다.

 

인형에게나 어울릴 것같은 의상을

그가 입을 경우 그것이 별로 거슬리거나

튀지 않은 이유가 아마 그것일 것이다.

 

공포의 청청은 그래도 양호한 편이고,

궁에서 그가 입었던 그 많은 유니크한 의상들을 보면,

그것으로 인해

인형으로 보이긴 커녕,

점점 고뇌에 깊숙히 침잠해가는 신군이라는 인물에게

그 의상들이 오히려 한 몫 한다는 것이다.

 

신군의 의상을 보면,

만화속 신군이 궁금해진다.

 

다시 말해서

신군의 의상은 굉장히 만화적이다.

그런데

주지훈은 그 만화적인 의상들을

일상적이고도 무심하게 소화하면서

그로 인해

신군이 가진 무게에 전혀 손상을 주지 않고 있다.

 

자기에게 치명적인 패를 던진

황태후에게

그에 못지 않은 응수를 하기 위해

혜정전을 만나러 간 신군이

공포의 청청을 입었다는 것은

좀 우습다.

 

사실, 저 순간에 저런 옷차림을 하고도

전혀 그 장면의 무거움과 분위기를 훼손시키지 않을 수 있는 것도

주지훈이 지닌 대다한 능력이 아닐 수 없다.

 

난 늘 주장하지만,

우리가 눈으로 보면서

어떤 트집도 잡을 수 없다거나,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더 나아가

그것에 매혹되기까지 한다는 건

그다지 쉬운 일이 아니다.

 

인간이란 단순한만큼

의외로 헛점이 많고,

인간은 나약한 존재이며,

인간은 참 시시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저런 장면에서

저렇듯 유니크한 옷차림을 하고도

저 상태에서 신군이 가진 무거움에

우리가 자연스레 동참하고

공감하며

그 아픔을 함께 할 수 있게 한다는 건

배우의 능력이다.

 

패션 따위..

라고 가볍게 말해치운다면

그건 영상이라는 것을

우습게 보는 것이다.

 

우리 눈에 비치는 영상은

어찌 보면

잘 꾸며진 무대이다.

 

무대는 표현의 조화이며,

조금이라도 거슬리거나

문제가 발생하면

사람들은 그것을 알아차린다.

 

연출가가 심혈을 기울인 미장센 속의

배우에게 진정성이 부족하거나.

배우에게 흡입력이 부족하면

우리는 절대로 그 배우에게 집중하지 않는다.

 

따라서

 

흔히 말하듯,

진지한 장면에서

저렇게 독특하고 개성적인 의상을 입고도

그 의상으로 인해

신군이라는 인물이 지닌 갖가지 개성이 훼손되지 않을 수 있게

영상과 조화를 이루는

주지훈의 신군은

정말 신기한 인물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그게 주지훈의 신군이 지닌 가치이고

매력이다.

 

물론

그걸 알아본 사람들에게 그럴 것이다.

그리고 그걸 알아본 사람들은

설사 그것을 깊이 생각하지 않는다해도

절로 빨려들어가

주지훈을 사랑하게 되는 것이다.

 

그에겐 어마어마한 에너지와 흡입력이 있으며,

그것은 연기자로서 대단한 자원이 아닐 수 없다.

 

참고로

난 공포의 청청을

셔츠와 센스있게 늘어뜨린 타이로

제압하며

 

동시에 그 공포의 청청이

굴복하는 주지훈의 기막힌 몸매에 감탄하는 바이다.

 

지금이야 모르겠지만,

 

궁 방영 당시에

주지훈에게 열광한 사람들은

본능적으로 그의 그러한 특성을 감지하지 않았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