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변하지 않은 여름, 변해버린 나

모놀로그 2011. 5. 30. 12:00

여름이다.

 

여름..

난 우울하게 창밖으로 시선을 던진다.

 

 

일년..일년..일년..

 

시간이란 건 참 묘하다.

도무지가 변하지 않는다.

 

어제가 오늘이고,

오늘이 내일이고

한달이 지나도

두달이 지나도

 

그리고 일년이 지나도

 

달라지지 않는다.

 

테이블 위에 놓인 어떤 물건이

몇년이고 같은 자리에서 꿈쩍도 않하는 것 같다.

 

그러다가

어느날 갑자기 모든 것이 변해버린다.

 

작년이 그랬다.

 

심각한 변화가

몇년을 잠복하고 있던 질병처럼 갑자기 나를 강타했다.

 

난 많은 걸 상실하고

그러나 상실감을 느낄 틈도 없이

그 숨가뿐 변화를 따라잡기 위해 달렸다.

 

그래서

지금 난 이렇게 허탈한지도 모르겠다.

 

작년 여름과 올 여름은 전혀 다른데,

나도 변하고

내 주변도 변했는데,

 

여름은 작년과 조금도 다를 바 없는

그 불쾌한 입김을 나에게 불고 있다.

 

손을 휘저으며

그 텁텁한 입김을 피해보려고 하지만,

 

어쩌면 그렇게 여름은

달라지지 않는걸까?

 

나도 변하고

내 인생도 변하고

내 주변도 변했는데

 

어째서

이 빌어먹을 여름은

그대로인가?

 

가을에 밀리고 겨울에 밀려서

잠시 피해있다가

재빨리 제자리로 되돌아온 듯

 

뻔뻔스러운 몰골로

활개를 치고 있다.

 

여름은 이렇게

달라지지 않았는데

 

난 어째서

작년의 내가 아닌거지?

 

그게 화가나서

난 여름을 무섭게 노려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