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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그가 남긴 작품과 그의 30대

모놀로그 2011. 5. 18. 22:52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라고들 흔히 말하지만,

한국 사람들은 나이에 무지하게 집착한다.

 

한국 사람들은

누군가를 처음 만나게 되면

제일 먼저 상대의 나이를 알고 싶어 한다.

아주 몸이 달 정도로 알고 싶어 몸부림친다.

 

그리고 서열을 정하고 싶어 한다.

이게 내가 평소 느끼는 한국인의 공통된 정서이다.

 

우리가 사춘기 시절이나, 20대엔

 

'서른 즈음...'

은 참 끔찍(?)한 나이라고 생각한다.

 

우리 엄마는 서른이 넘은 사람을 외계인처럼 신기하게 보았노라고

고백했다.

 

물론, 우리 엄마는 지난 시대에 속해 있으니

더더욱 그랬을 것이다.

 

나로 말하자면,

서른이라는 나이를 그렇게 끔찍하게 여기진 않았다.

 

하지만 20대만이 누릴 수 있는 특권이 많이 사라지는 나이라는 점에서

조금은 두렵게 느껴지기도 했던 것 같다.

 

30대는, 젊다는 이유로 적당히 개겨도 되는 20대와는 달리

정말 자기 능력으로 승부해야하는 나이이다.

 

이건 일반인이나, 연예인이나 다를 바가 없다.

그래서 30 대까지 살아남아 계속 자신의 영역을 넓히는 배우가

바로 성공한 배우가 된다.

 

20 대야 연기를 못해도

그저 얼굴 하나 반반하면 대충 넘어가기 때문이다.

 

실제로 한 인간이 가장 자신의 개성적인 매력을

꽃피울 수 있는 시기가 30 대이기도 하다.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미녀배우의 나이 먹은 얼굴에만 익숙했던 난

어느날 우연히 본 20대의 모습에 놀랐다.

 

그녀는 전혀 다른 사람 같았다.

 

물론 여전히 아름답지만

내가 아는 엘리자베스 테일러라는 배우의  개성은 약했다.

그저 이쁘고 청순한 인형같을 뿐이었다.

 

대신 30대에 들어서면서

얼굴이 좀 달라진다.

 

분위기도 달라진다.

표정이 생긴다.

 

사실 대개의 사람들은 20대엔 자신만의 표정을 갖기가 힘들다.

 

그래서 배우의 경우,

물론 20대의 프리미엄이 강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젊음과 미모, 싱그러움 같은 것들을

내세울 때 그러하고,

 

실은 자기만의 개성과 표정을 가질 수 있는 나이는

30대인 것이다.

 

우리나라는 나이에 집착하는만큼

청춘 스타의 경우엔 서른이 넘어가게 되면

팽을 당할 위험이 있다.

 

특히 어정쩡한 위치에

연기력도 키우지 못하고

단지 20대라는 이유와, 미모만 앞세우며 대충 개기다가

20대가 주는 싱싱함이 사라진 후에

이제 연기력으로 승부해야할 시점이 오면

설 자리를 잃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난 한때 청춘스타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날리다가,

나이가 들면 연기파로 변신하여

갖가지 드라마에 조연급으로 출연하는 배우들을 보면

감탄한다.

 

청춘 스타에서 그대로 거물급 배우로 성장한 이병헌 같은 사람이야

정말 특별한 케이스이고,

 

대개는

감초격 조연 배우가 되어

수다스런 아줌마나 아저씨 역을 맡게 되는 것이다.

 

혹은 그게 싫다!

난 그래도 한때 미모로 이름을 떨치던 스타였다..

 

이런 미련이 있는 사람은

더이상 연기를 할 수가 없다.

 

주인공은 연기를 잘 하건, 못 하건간에

그저 젊은 스타급을 간판으로 내세우는 우리나라 특유의 풍토에서

한때의 명성에 집착하여

난 망가지는 역은 못한다고 주장한다면

실제로 그런 배우들이 몇 보이지만,

대중 앞에서 사라지는 것이다.

 

좋은 예로 임예진이라는 배우가 그러하다.

 

내가 알기로

그녀는 하이틴 스타였다고 한다.

이덕화씨와 콤비를 이루어

당대의 최고 청춘 스타로 이름을 날리며

많은 영화에 출연했던 지난 시대의 스타라면 스타였던 것이다.

 

그러나

지금 그녀는 온갖 드라마에서 망가진 조연급으로 출연해서

놀라운 연기력을 발휘하고 있다.

 

 

임예진씨는 드라마 궁에도 나오지만,

그 어떤 역도 척척 소화내내는 억척스런

한국의 아줌마 연기자로 성장(?)

혹은 변신한 것이다.

 

마왕에서 해인의 엄마역을 맡은 이보희씨도 그러하다.

그녀는, 안성기씨가 한국 영화계에

마치 유일한 남자 배우인양

온갖 영화에 주인공으로 출연하며 최고의 배우라고 칭송을 받던 시대의 영화에

청순가련한 여주인공역을 맡던 영화배우로 알고 있다.

 

내가 어렸을 땐

한국 영화는 지금만큼의 위력은 없었지만,

그래도 가끔 사진 따위를 보면 이보희씨는

정말 인형처럼 이뻤던 것 같다.

 

하지만 지금은 티비에서 수다스런 아줌마역도 거침없이 소화해서

날 놀라게한다.

 

일찌기 그레타 가르보라는

전설적인 미녀배우는(실은 그게 다 성형빨이었다는 썰이...)

 

추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다며 가장 아름다울 때

대중 앞에서 사라져버렸다고 하지만,

어떤 것이 옳고 그른가를 떠나서

 

자신의 가치관에 따라 그에 맞게 처신하면 될 일이다.

 

한때 이름을 떨치던 자신의 미모와 명성을 유지하고

그것으로만 기억되고 싶다면

뭐 그렇게 사라지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이다.

 

아닌게 아니라

가끔은 드라마에서 잘 나가던 미모, 혹은 미남 배우가

망가진 모습으로 나오는 것이

어쩐지 쓸쓸할 때도 있으니까.

 

우리나라도

배우들의 나이가 점점 어려지면서

따라서 일찌감치 스타라는 이름으로 출세해서

서른까지 한참 남은 시기를 그 젊음과 미모를 실컷 보여주는 것만으로

여인네들을 열광시키는 시대가

십년 넘게 이어지다보니

배우들 나이가 많이 어려졌지만

 

 

이제 그나마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젊고 잘생긴 배우들이

전부 서른이 훌쩍 넘어버리고, 그리하여 이제 원숙한 연기자로 거듭날 시기가 도래했으며,

그 뒤를 이어줄 이렇다할 재목이 더는 보이지 않는 이 즈음,

 

아이돌 스타 출신의 가수들이

연기를 한답시고 브라운관에 넘쳐나서

외면하고 싶은 드라마와,

 

중후한 느낌의 30대 배우들을 중심으로 한

굵직한 작품들로

나뉘어지고 있는 것 같다...고 어렴풋이 느낀다.

 

이제 한떄 유행했던 달짝찌근하면서도

여성팬들을 양산했던 트렌디 드라마는 더이상

만들어지지 않거나

먹히지 않는 시대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그게 좀 아쉽기도 하지만 말이다.

ㅋㅋ

나도 한땐 그런 드라마를 좋아하고,

거기서 멋진 남자배우를 발견하기도 했으니까.

 

내가 티비를 보지 않게 된 것도

어찌 보면 더는 매력을 주는 배우가 나타나지 않게 되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어느날,

궁이라는 드라마에서 주지훈이라는 배우를 발견하고

그에게 매혹당했던 그 강렬한 순간을 요즘 돌이키곤 한다.

 

한 배우에게 사로잡히는 것은 마치 연애를 하는 것처럼

인생에 활기를 주는 즐거움인 것이다.

 

주지훈....

그가 이제 서른이 되었다.

 

난 주옥같은 20대에 그가 남긴 작품이 불과

4개뿐이라는 것이

너무나 아깝고 아쉽고 속상하기도 했었다.

 

흥행이 되건 안되건

좀더 많은 필모를 쌓았다면..

하는 것이 나의 아쉬움이다.

 

그러나

어떻든 그 네 작품으로

그의 20대는 끝났다.

 

더는 돌이킬 수 없다.

그렇다면

이제 그의 30대를 기약해야한다.

 

이번에 새로이 만들어진 주지훈닷컴을 돌아보며,

거기 올라온

'이쁜 군인 주지훈'

의 사진들을 보면서

난 대다수의 20대 미남 미녀배우들이

서른을 넘기면서 얼굴이 좀 달라지듯,

 

그도 어쩐지 좀 변해가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직은 확실치가 않다.

사진일 뿐이고,

그는 지금 군인의 신분이라

그가 보여줄 수 있는 모습은 한정되어 있으니까.

 

그 사진 몇장으로 그를 판단하기도 좀 그렇다.

 

그의 서른 즈음은 대체 어떨까?

그는 어떤 모습을 보여줄 것인가?

 

기대가 되기도 하고,

조금 두렵기도 하다.

 

그와 동시에

여기에 그의 20대를 기록하고 있는 나로선,

물론

이곳에 그의 30대까지 담으리라고 보장할 순 없지만,

 

아직은 미지의 세계인 그의 30대 모습을 짐작하기보다,

이제 정형화되어 더는 움직일 수 없게 되어

그대로 불멸화된

그의 네 작품 속의 모습들이

갑자기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겨진다.

 

이제 궁과 마왕도 몇 회 남지 않았다.

 

이신과 오승하를 마지막까지 파헤치고 나면

내 마음은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