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 조립에 도전해볼까?
내가 처음 컴퓨터에 입문할 땐
당연히 완제품을 샀었다.
이후로 난 절대로 완제품을 사지 않는다.
우선 터무니 없이 비싸다.
그러면서 부속품들은 별볼일 없다.
고장나면 기사를 불러야하는데
불러봤자 별로 도움도 안 된다.
이건 구석기 시대의 이야기이고,
어느덧 완제품은 한풀 꺽이고
조립컴퓨터 시대가 도래했다.
전엔 조립컴은 그야말로 찬밥 신세였지만
난 완제품이 맛이 간 후에
곧바로 조립컴을 쓰기 시작했는데,
내 컴을 처음 조립해준 분이 바로,
내가 전에 말한 그 사장이다.
이 컴퓨터란 놈은 맨발 벗고 달려도
도저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눈부시게 속도가 빨라서,
오늘 새로 조립하면
내일이면 중고가 된다.
하룻밤 사이에
새로운 메인보드와 훨씬 성능 좋은 CPU와, 그래픽 카드가
출시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달에 한번씩 바꾸기도 힘들고,
그래서
컴퓨터는 하루라도 늦게 사는 게 남는 장사라는 생각도 든다.
왜냐면 값은 날로 저렴해지고,
그만큼 성능은 개선되기 때문이다.
처음 샀던 거액의 완제품은 알고 보니
개허접이었다.
이후로 새로 장만한 조립컴은
당시 최고의 메인보드에. 그래픽 카드에 CPU.
그리고 최고의 용량을 거느린 거함이었다.
아닌게 아니라
포토샵에 각종 영상 편집 프로그램을 한번에 띄워도
끄덕도 안하더란 말이다.
그래픽 메모리며,
CPU메모리며,
램 메모리가 당시 최고 제품으로 조립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난 워낙에 컴을 종일 켜놓고
온갖 복잡한 작업만 딥따 해대다보니
수명이 짧다.
결국 지금 컴은 세번째로 쓰고 있는
조립컴인데,
물론 그 성능은 두번째 조립컴보다 훨씬 뛰어나면서
실제로 들어간 돈은 절반 정도였다.
그런데
요즘은 어느덧
메인보드만 해도
듀얼 코어니, 쿼드코어니
듣도보도 못한 용어들이 남발하고 있다.
게다가 램도 이제
DDR3 의 시대라는 것이다.
하지만
잘 들여다보면
결국 그 듀얼이니 쿼드니 하는 것들도
지금 내가 쓰고 있는 것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는
CPU이다.
이 컴도 벌써 4년 정도 되어가는데,
그때 벌써
DDR2 2기가 램에,
CPU는 4기가에 가깝고,
그래픽 메모리도
물론 512이다.
새로 나온 제품들도
결국 내 컴보다 나을 게 없더란 말이다.
물론
조립컴 중에서도 상급에 속하는
백만원도 넘는 제품들은
아무래도 스팩이 좋지만
그래도 지금 내가 쓰는 것보다
눈이 뒤집어질 정도로 탐나게 좋은 것도 아니다.
인터넷을 뒤져보니
이제 웬만한 유저들은 직접 부속품을 구입하여
조립하는 시대인가보다.
그래서 나도 그렇게 해볼까 잠시 생각했다.
아직은 이 컴이 쓸만하지만,
그러나
지금은 웬만한 소프트웨어도 이젠 기가바이트의 시대이다.
난 여전히 포토샵은 7버전을 쓰고
프리미어도 6.5를 쓰고 있다.
내가 늘 주장하듯
진화는 별로 좋은 게 아니다.
용량만 디따 크고
이름은 요란해서
프로라는 것이 꼭 따라붙지만
실제로 써보곤 실망해서
원상복구한 것이다.
포토샵 7은 인터페이스가 가장 편안하고,
프리미어6.5는
프리미어 프로보다 랜더링 시간이 열배는 빠르며,
게다가 편집하기론 최고이다.
베가스나 에팩에서 만든 영상은
프리미어로 불러와서 편집하고 랜더링하는데
30분이면 뒤집어쓴다.
프리미어 프로라는 것들은
랜더링 시간만 해도 두어 시간 잡아먹는다.
게다가 왜 그리 비좁고 짜증나게 답답한지...
그래서
두루두루 써본 후에
다시 구석기 시대의 소프트웨어로 돌아왔지만,
어떻든
날로 커지는 소프트웨어의 용량에
언젠간 사라질 윈도우 XP의 운명
기타 등등해서
조립하는 법을 미리 익혀두는 게 나을 것도 같다는 생각이 드는 것이다.
그런데,
막상 여기저기 다녀보니,
계산이 맞질 않는다.
난 시간이나 노력도 돈으로 계산하는 사람이다.
제일 좋으면서 싼 컴 부속품을 다나와에서 일일히 검색하여
가격을 비교하는 시간,
그것을 주문하는 시간,
혹은 용산까지 직접 가서 일일히 구입하는 시간,
게다가
그걸 조립하는 시간까지 계산하면
결국 내 방에 편하게 앉아서
내 담당 컴 기사에게 부탁하는 편이
훨씬 남는 장사가 아닌가 싶은 것이다.
물론,
조립하는 법을 배우면
조립 자체는 쉬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조립이 문제가 아니라
일일히 사이트를 뒤져서
가격을 비교하고 다니는 시간이 아깝지 않은가!
한푼이라도 싸게 사겠다고
그러고 있는 시간은
돈이 아니란 말인가?
믿을만한 전속 기사가 있다면,
그 사람에게 그 귀찮은 일을 모두 맡기고
난 그저 잔소리만 열심히 해대면 되는 것이다.
오랫동안 거래했으니
조금만 잘못해도 내가 달달볶아대는 걸 잘 알기에
그쪽도 알아서 조심을 할 것이니 말이다.
ㅋㅋ
물론,
몇 푼 건질지도 모르지만.
그래도 그렇게해야 그 사람들도 먹고 살 게 아닌가!
그래서
결론적으로
난 직접 조립하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그럼에도
컴 조립에 대하여 차츰 욕심이 생기는 것도 사실이다.
그 이유는,
아마도 내가 하드웨어 쪽으론 매우 약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진정 컴을 다룰 줄 알려면
하드웨어에 강해야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이번에 컴을 새로 바꿀까 하다가
(요즘 이 넘이 자꾸 말썽을 부리는지라..)
새로운 스펙이 지금 내것보다
별로 나을 것도 없어서 망설이는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