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죽을만큼...힘들다

모놀로그 2011. 4. 16. 04:14

난 여러 방면에 나만의 담당자들을 거느리고(?)있다.

 

내 담당 의사가 있고,

내 담당 미용사가 있으며

내 담당 컴터 기술자가 있다.

 

말하자면, 난 이곳이다 싶으면 그곳과 특별한 관계를 맺고

그곳만 디따 찾으면서

동시에 우리 가족까지 모조리 끌고가는 바람에

그 사람들도 자연히 내가 고객 중의 고객이 된다.

 

특히 컴퓨터가 그러했다.

 

사실, 난 컴맹으로 출발했다.

어느날, 내가 컴맹이라는 것이 화가 나서

내 혼자 힘으로 컴과 싸우기 시작했다.

 

그때 엄마에게 밤마다 디지게 욕먹었던 기억이 난다.

도무지가 잠을 자질 않았던 것이다.

 

컴터랑 씨름하다보면

어느새 새벽동이 터오곤 했다.

 

그러자니 자연

의문이 생길 때마다

전화질을 해대던 컴터 가게 사장이 있었다.

 

그때만 해도

포맷을 한다던지 하는 건

기술자 아니면 꿈도 꾸지 못했다.

 

그래서 그 작은 가게는 기사를 여럿 두고

꽤 번창했다.

 

세월이 흘러

이제 웬만한 유저들은

포맷을 물론 조립도 자기들이 하는 세상이다.

 

그러니 그런 작은 가게들이 설 땅이 없다.

그럼에도 그 사장은 잘 버티고 있었다.

 

난 웬만한 부품은

용산까지 가기 귀찮아서 그 사장에게 부탁해서 구했고,

그 사장도 어느덧 십년 넘게 자기를 귀찮게 구는

내가 부탁하는 건

다 들어주었다.

조금만 모르는 게 있거나

이상한 일이 생기면

시도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서 달달 볶았다.

 

그때마다 친절하고 참을성 있게

내 승질을 받아주었다.

 

처음으로 샀던 엘시디 모니터가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아서

당장 다음날 들고 쫓아가서

펄펄 뛰니

웃으며 바꿔주던 사람이다.

 

그런 그 사장이 어느날

사라졌다.

가게는 그대로인데

사장만 사라졌다.

 

알고보니

폐암에 걸려서

그만두었다는 것이다.

 

헉;;;

 

그게 벌써 몇년전 일이다.

이후로

난 그 사장 소식을 간간히 주변에서 듣는다.

 

최근에 들은 소식은

 

'아직은'

살아 있다는 것이었다

ㅠㅠ

 

그런데

나에게 그 사장 소식을 들려주는 분이 한 말이 있다.

 

최근에 들은 말이다.

 

마침내 병으로 쓰러지기 직전에

자주 그 사장이 자기에게 하소연하더라는 것이다.

 

'죽을만큼 힘들다고..'

 

그러면서 폐암에 걸린 사람들이

대개 저런 말을 한다나?

 

지난 월요일

난 갑자기 몸이 몹시 안좋았다.

그리고 일주일 내내 그랬다.

처음으로 일주일 내내 외출을 한번도 못했고

침대 위를 벗어나질 못했다.

 

오늘은 특히 심해서

하루 종일 누워서 지내야했다.

 

마치 중병 환자처럼..

 

그러자니

문득

컴퓨터 사장이 한 저 말이 떠오른다.

 

나도 지금 죽을만큼 힘든가?

 

이 정도 가지고 저런 말을 하면

정말 힘든 사람들이 화낼까?

 

죽을만큼 힘든 건

어떤 걸까?

 

나도 지금 많이 힘든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