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낙서

나의 오디오 생활이 제자리를 찾다

모놀로그 2011. 4. 14. 00:14

난 쓰잘데기 없는 일에 민감하고

중요한 일엔 둔하다.

 

그게 나으 장점(?)이다.

 

난 음악을 좋아하는만큼

오디오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앰프에 대해서

무지하게 까다롭다.

 

그래서 한 앰프에 정착하기까지

어지간히 방황했다.

 

어느날, 그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해 준 앰프가 있었다.

 

벌써 15년전의 일이다.

 

내가 하두 오디오를 바꿔대다보니

내 전용 오디오 담당이 생겼다.

 

당시엔 국산 오디오가 매우 성행하고 있었다.

 인켈이니, 롯데 매니아니 태광 에로이카니..

 

그중 난 롯데를 좋아했다.

당시만해도 외제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내 오디오 담당 대리점 사장은

나한테 시달리다못해

내 품에다 백만원이 넘는

당시만해도 국산치곤 거액의 앰프를

던져주었다.

 

이거 먹고 제발 고만 좀 징징대라~!!!

 

아닌게 아니라

그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색을 듣는 순간

난 입이 헤~~벌어졌고,

 

이후론 그 앰프와 더불어 나의 오디오 생활은 정착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어느날, 그 앰프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소릴 내지 않는 것이었다.

 

요즘엔 홈시어터가 매우 발달해서

웬만한 저가형 외제 앰프도 7채널을 지원하지만,

 

당시엔 물론 그런 건 없었다.

그리고 하이파이 앰프는 몰라도

 AV리시버는 그다지 흔치 않았다.

 

아마 그 앰프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인

AV 리시버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하이파이로서도 손색 없는 인티엠프이다.

 

 

음장제어가 엄청스리 많았는데

(온쿄야, 그 빈약한 음장제어가 뭥미?)

그중 난 돌비 프로로직으로 듣는 걸 제일 좋아했다.

 

그런데

그 돌비 서라운드가 어느날부터인가

말을 들어먹지 않더란 말이다.

서라운드 스피커가 잘  안잡히는 것이었다.

 

다시 안달하기 시작했다.

다시 그 기기를 새로 구입하려고까지 생각했다.

백수 주제에..ㅠㅠ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보니

한국의 오디오 시장은 이미 도태되어 있었다.

 

한떄 그다지도 유명했던 3사가 모조리 망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일제 오디오들이 인터넷에서 겨루고 있지 않은가!!!

 

난 고심 끝에 음악 감상엔 제일 좋다는

온쿄를 선택했다.

 

난 리시버로 영화감상을 하지 않는다.

 

영화는 대개 컴과 연결된 티비를 통해

다운 받은 영상을 보기에

 컴에 연결된 5채널 스피커만으로도 충분했다.

 

리시버는 내겐 음악만 제대로 전달해주면 되는데,

세월이 흘러 홈시어터와 게임의 시대가 된 지금

앰프는 이제

영화와 게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고 다른 앰프는 싫다.

난 리시버에 너무 익숙해진 것이다.

 

아,

이 빌어먹을 온쿄는

내가 15년 동안 써온 그 기기의 발치에도 못미치는 게 아닌가!!

뭔놈의 소리가 그다지도 맥아리가 없는가~!

 

 

 

한달동안 다시 안달복달하다가

마침내 난 그걸 없애버렸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서

그 기기를 찾아냈다.

물론 중고이다.

 

그 기기를 만든 회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서 새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기기는 아직도 매니아들 사이에선

인정받고 있었다.

 

웬만한 외제 오디오에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훨씬 나은 음질을 자랑하는 명기이기 때문이다.

 

중고 시장에서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지만

기어이 찾아낸 것이다.

 

난 오늘

마침내 온쿄의 맥아리 없는 소리를 걷어차고,

내가 너무나 익숙한 그 소리를 되찾은 것이다.

 

그 기기를 구해서

스피커와 각 기기들을 앤프와 연결하느라

난 지금 죽을 만큼 피곤하다.

 

하지만,

비로소 내가 익숙하고 내가 좋아하는 소리에

안심하고 있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

 

참...

 할 말이 없다

 

ㅋㅋ

 

아..배고파

그리고 졸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