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오디오 생활이 제자리를 찾다
난 쓰잘데기 없는 일에 민감하고
중요한 일엔 둔하다.
그게 나으 장점(?)이다.
난 음악을 좋아하는만큼
오디오의 모태라고 할 수 있는 앰프에 대해서
무지하게 까다롭다.
그래서 한 앰프에 정착하기까지
어지간히 방황했다.
어느날, 그 방황에 종지부를 찍게 해 준 앰프가 있었다.
벌써 15년전의 일이다.
내가 하두 오디오를 바꿔대다보니
내 전용 오디오 담당이 생겼다.
당시엔 국산 오디오가 매우 성행하고 있었다.
인켈이니, 롯데 매니아니 태광 에로이카니..
그중 난 롯데를 좋아했다.
당시만해도 외제는 흔치 않았기 때문이다.
내 오디오 담당 대리점 사장은
나한테 시달리다못해
내 품에다 백만원이 넘는
당시만해도 국산치곤 거액의 앰프를
던져주었다.
이거 먹고 제발 고만 좀 징징대라~!!!
아닌게 아니라
그 앰프에서 흘러나오는 음색을 듣는 순간
난 입이 헤~~벌어졌고,
이후론 그 앰프와 더불어 나의 오디오 생활은 정착했다.
그리고 15년이 흘렀다.
어느날, 그 앰프가 말썽을 부리기 시작했다.
내가 원하는 소릴 내지 않는 것이었다.
요즘엔 홈시어터가 매우 발달해서
웬만한 저가형 외제 앰프도 7채널을 지원하지만,
당시엔 물론 그런 건 없었다.
그리고 하이파이 앰프는 몰라도
AV리시버는 그다지 흔치 않았다.
아마 그 앰프가
국내에선 처음으로 선보인
AV 리시버였을 것이다.
하지만 동시에 하이파이로서도 손색 없는 인티엠프이다.
음장제어가 엄청스리 많았는데
(온쿄야, 그 빈약한 음장제어가 뭥미?)
그중 난 돌비 프로로직으로 듣는 걸 제일 좋아했다.
그런데
그 돌비 서라운드가 어느날부터인가
말을 들어먹지 않더란 말이다.
서라운드 스피커가 잘 안잡히는 것이었다.
다시 안달하기 시작했다.
다시 그 기기를 새로 구입하려고까지 생각했다.
백수 주제에..ㅠㅠ
그러나,
정신을 차리고보니
한국의 오디오 시장은 이미 도태되어 있었다.
한떄 그다지도 유명했던 3사가 모조리 망해버린 것이다.
그리고 일제 오디오들이 인터넷에서 겨루고 있지 않은가!!!
난 고심 끝에 음악 감상엔 제일 좋다는
온쿄를 선택했다.
난 리시버로 영화감상을 하지 않는다.
영화는 대개 컴과 연결된 티비를 통해
다운 받은 영상을 보기에
컴에 연결된 5채널 스피커만으로도 충분했다.
리시버는 내겐 음악만 제대로 전달해주면 되는데,
세월이 흘러 홈시어터와 게임의 시대가 된 지금
앰프는 이제
영화와 게임을 위한 도구로 전락해버렸다.
그렇다고 다른 앰프는 싫다.
난 리시버에 너무 익숙해진 것이다.
아,
이 빌어먹을 온쿄는
내가 15년 동안 써온 그 기기의 발치에도 못미치는 게 아닌가!!
뭔놈의 소리가 그다지도 맥아리가 없는가~!
한달동안 다시 안달복달하다가
마침내 난 그걸 없애버렸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져서
그 기기를 찾아냈다.
물론 중고이다.
그 기기를 만든 회사는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서 새로 사고 싶어도
살 수가 없다.
하지만
그 기기는 아직도 매니아들 사이에선
인정받고 있었다.
웬만한 외제 오디오에 못지 않은
아니 그보다 훨씬 나은 음질을 자랑하는 명기이기 때문이다.
중고 시장에서도 구하기 힘든 물건이지만
기어이 찾아낸 것이다.
난 오늘
마침내 온쿄의 맥아리 없는 소리를 걷어차고,
내가 너무나 익숙한 그 소리를 되찾은 것이다.
그 기기를 구해서
스피커와 각 기기들을 앤프와 연결하느라
난 지금 죽을 만큼 피곤하다.
하지만,
비로소 내가 익숙하고 내가 좋아하는 소리에
안심하고 있다.
이런 쓰잘데기 없는 일에 목숨을 걸고 있으니
참...
할 말이 없다
ㅋㅋ
아..배고파
그리고 졸려...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