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작품과 인물

슬픈 연가-남자의 사랑 타령의 진수

모놀로그 2011. 4. 10. 00:01

슬픈연가라는 드라마는,

 

드라마 자체보단,

당시에 주요 출연자가 군 입대 비리에 연루되면서

어지간히 떠들어댔기에 기억에 남아 있었다.

 

내 생각엔,

전형적으로 한류를 위해 만들어진 드라마가 아닌가 싶다.

그렇지 않고서야

송승헌이 그 드라마에 출연하지 못하게 되었다고해서

그 난리가 날 이유가 없으니까.

 

게다가 권상우가 한참 한류 열풍의 주역으로 줏가를 올리고 있을 때였으니..

 

당연히 난 드라마를 보지 않았고,

(난 어떤 드라마던 본방 당시엔 보는 법이 거의 없다)

 

그러나,

늘 그렇듯이

거실에 틀어져 있는 드라마를 지나치면서 흘끔 보긴 했으되,

 

그때 내 기억에 남은 건 그때까지완 좀 다른 권상우의 모습이다.

 

우선,

그는 이유는 모르겠지만 머리를 짧게 자르고 있다.

 

어느 드라마에서나 그는 이른바 스포츠형이라는

그래서 머리털이 모조리 고슴도치처럼 곤두선 스타일을 하고 있다.

 

내가 본 그의 드라마가 전부 그러하다.

 

그런데

슬픈연가는 그의 달라진 헤어스탈이 내 눈길을 끌었다.

 

그런데,

그 헤어스탈을 한 권상우가 어찌나 잘생겨 보이던지???

 

아마 그런 머리가 내 취향인가보다.

 

어떤 배우던 머리에 힘주고 무쓰를 잔뜩 발라서

폭탄을 맞고 있으면 영 맘에 안드는데,

 

그렇게 부드럽게 머리털이 얼굴을 감싸고 있으면

참 멋져보인다.

 

특히 권상우는 평소 잘생겼다고들해도

공감할 수가 없었는데

(물론 매력이 있다는 건 인정해도)

 

헤어스탈을 그렇게하니

정말 청순가련(?)해 보였고 아름답게 보였던 것이다.

 

그리고

드라마의 분위기도 좀 그랬다.

 

뭔지 모르게 참..처연한 분위기랄까?

아마 시종일관 울기 직전의 권상우의 애절한 눈빛 때문인가보다.

 

이후로

내가 잘하는 짓으로

 

날잡아서 첫회부터 막회까지

모조리 봐치우는 것에 도전했다.

 

물론 몇날 며칠 날밤새면서 말이다.

 

아마 그때 잠깐 권상우에게 꽂혔던 것 같다.

 

사실,

그는 꽤 매력 있다.

 

배우로서, 자기에게 가장 큰 약점인

발성과 발음을 고쳐보려는 노력을 전혀 안하는 걸

자랑으로 여기는 것만 빼면

배우로선 얼굴이나 체격이나 몸매도 최고이다.

내가 늘 부르짖는 배우로서의 매력도는 그만하면 A급이다.

 

연기도 잘하고 싶어하는 것 같긴 한데,

 

하지만 발성이나 발음을 고치지 않으려는 걸 보면

애초에 연기의 기본이 안되어 있는 것이니

멋진 표정이나 분위기로 미는 것이 연기는 아니라는 건

모르는 것 같다.

 

그는 참 묘하게 생겼다.

 

이쁘장하게 생긴 것도 같고,

이상하게 생긴 것도 같다.

 

하지만 그는 곱상하게 생긴 외모치고는

액션을 멋있게 잘 한다.

 

바로 그게 내가 그에게 꽂힌 이유일 것이다.

난 액션 잘하는 배우를 좋아한다.

 

이병헌이 내가 아는 최고로 멋진 액션 연기를 펼치는 배우였다.

면도날처럼 샤프하고 군더더기없는 액션 연기의 명인이다.

 

게다가 그 작살나게 멋진 발차기는

그 누구도 흉내낼 수 없을 것이다.

 

그런데

이병헌 다음으로 내 마음에 드는 액션을 하는 배우가

권상우이다.

 

그는 동납나기는 물론이고,

슬픈 연가에서도 정말 액션은 멋지게 한다.

 

이병헌과는 달라서

그의 동작은 크고 와일드하다.

 

이병헌의 액션이 날카롭고 동작이 절제되어 있다면

권상우는 좀 화려한 편이다.

내가 권상우에게 꽂힌 이유가 그의 외모가 아니라,

바로 그 액션이었던 것이다

ㅋㅋ

 

특히

 

'말죽거리 잔혹사'에서 보여준

옥상씬의 액션이라니..ㅠㅠ

 

그야말로 내가 너무나 좋아하는

파괴젹인 액션의 진수였으니..

 

난 아마 누군가가 무지하게 때려주고 싶나보다.

그런 과격한 액션만 보면

사족을 못쓴다.

ㅋㅋ

 

 

슬픈 연가는

드라마 자체로 보자면,

진짜 우울하다.

 

도무지가,

 

남자고 여자고

처음부터 끝까지 오로지 사랑 타령만 하는 드라마의 진수랄까?

 

그 중에서도

으뜸가는 사랑 타령의 진수를 펼치는 것이

바로 권상우이다.

 

남자가 그렇게 사랑에 목을 매고

을고불고하기도 참 힘들 것 같다.

 

물론

대다수의 멜로는

남자도 사랑 타령을 하며 울고짜지만,

 

유독 슬픈 연가는 그게 심했던 것 같다.

아니, 그보단

그렇게 느껴진다.

 

이유가 뭘까??

 

권상우라는 캐릭터는 도무지가

사랑밖엔 난 몰라의 전형인데,

 

하다못해 그는 자기가 가진 재능조차

한 여자를 위해 바치고,

 

그가 숨을 쉰다면 한 여자 때문이고,

그가 걷거나 밥을 먹는다면

그것도 한 여자 때문이며,

 

그가 존재하는 것부터가

한 여자 때문이다.

 

아무리 멜로라지만,

이 정도면

심하다.

 

그래서 유달리 사랑타령의 진수를 펼치는

남주의 드라마로 기억되나보다.

 

하지만,

동시에

슬픈 연가는 눈이 즐겁다.

 

평소 이쁜 것에 비해서

그다지 이쁘지 않던

김희선도 퍽이나 이쁘게 나온다.

 

이쁜 척을 안해서 이뻐 보인다.

연기도 열심히 한다.

 

권상우는

김희선보다 더 이쁘다.

 

두 이쁜 남자 여자는

그저 눈물 때문에 눈이 마를 새가 없다.

 

대체 왜 그들은 그토록 사랑에 목을 매는 걸까?

 

그럼에도

그 절대 사랑이 부럽기도 하다.

 

사랑에 목숨을 걸 수 있다면

것도 멋지지 않은가??

 

눈물도 이쁘게 흘리는 두 이쁜 남녀 배우가

우라지게 힘든 사랑을 해서

도무지가 봐주기가 힘들었다.

 

좀 지루하기도 했지만

눈이 즐거워서 봤는데,

 

문득

 

권상우역이 너무 애절하게 사랑타령만 하기에

게다가 어찌나 인생이 척박하던지

저 인간이 저러다 죽어버리기라도 하면

디지게 불쌍하겠다 싶어서

가슴이 아릿했다.

 

아닌게 아니라

숨이 붙어 있는 동안 내내

사랑 타령에 눈물바람을 하던 그는

난데 없이 친구를 위해 맥아리 없이 죽어버린다.

 

뭥미??

 

팔자가 아무리 드세도 그렇지

그렇게 좋아죽고,

자기 존재를 실어서 사랑한 여자와 결혼을 앞두고

낼름 죽어버리면 어쩌란 말이냐?

그래도 한 가지 건진 게 있으니

 

바로

 

'살다가'

라는 SG워너비의 노래이다.

 

난 그 노래를 냉큼 나의 자작 영상인

 

'오승하'에 써먹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노래는,

 

슬픈 연가의 서준영보단,

오승하에게 어울린다.

 

서준영에겐 대신

두레에게 양해를 구하고

 

사랑밖엔 난 몰라를

조금 양도하련다.

 

그 외에도

윤건의 노래들이 정말 멋지다.

 

드라마는,

좀 지루한 것만 빼면

영상미도 좋고,

음악도 좋다.

사랑타령만 죽도록 해대는 등장인물들의

그 사랑타령도 그럭저럭 재미있다.

 

하지만,

살다 살다

그렇게 사랑 타령만 하다가 홀라당 죽어버리는 캐릭터도

첨 본다.

 

그래서

오히려 그가 죽는 것이 좀 희극적으로 보인게

흠이라면 흠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