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마왕

마왕 17부- 오승하가 섹시할 때 (1)

모놀로그 2011. 3. 23. 00:33

 

 

 

오승하라는 캐릭터 자체에선 남자의 향기가 그다지 강하지 않다.

스스로가 자신에게서 남성이라는 성정체성을 박탈해버렸으니

그런 향기가 난다면 그건 좀 문제가 있다.

 

주지훈이라는 배우가 타고난

색기는 오승하를 연기하면서, 극도로 절제하고 있다.

 

내 생각엔, 박찬홍 감독 정도의 날카로운 안목이라면,

주지훈에게서 흘러나오는 독특한 남성미를 못알아봤을 리가 없다.

 

하지만, 오승하가 신군이나 김진혁처럼, 혹은 두레처럼

섹시하면 곤란하다.

 

그래서 의도적으로 그를 우아하고 비현실적인 실루엣처럼 보이게끔 하는

연출을 하고,

카메라도 그렇게 노력한다.

물론 주배우도 스스로를 많이 아낀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을 잔뜩 감추고

아주 조금씩만 내보일 뿐이라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그런데,

그 오승하가 섹시할 때도 있으니

그건 혜인과 함께 있을 때이다.

 

그때만은 그에게 남자라는 성이 돌아오기 때문이다.

주지훈이라는 지극히 섹시한 배우가,

무장해제하면 둑이 터진 듯 감당할 수 없을만큼

성적 매력이 밀려온다.

 

물론, 지나치면 안된다.

오승하는 무늬만 29세,

실은 16세니까.

 

그래서 오승하의 남성적인 매력은

아주 감질나게,

살짝 살짝, 사춘기 소년의 그것처럼

보여지지만,

배우가 지닌 생래의 그것이 워낙에 강한지라

조금만 보여줘도 가히 폭발적이다.

 

 

하지만,

난 실은 오승하가 해인과 함께 있을 때

자기도 모르게 불쑥 고개를 내미는

남자로서의 모습보단,

 

바로 이 모습이 무척 섹시하다.

 

이 표정을 볼 때마다

난 주지훈이 액션 연기를 하면 어떨까 가끔 생각한다.

 

그에겐 굉장히 도발적이고 잔인할만큼 사람을 갈구는

표정이 있다.

 

바로 이 사진에서 보여지는 표정이 그런 종류인데,

이건 사실 액션 연기에서 나올 법한 표정이다.

 

하지만 솔직히 주지훈이 액션 연기를 하는 건

잘 상상이 안 간다.

 

실제의 그가 어떤진 모르지만,

(의외로 쌈질을 잘 할지도??ㅋㅋ)

 

어떻든 겉보기엔 폭력과는 거리가 먼 몸매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가 주먹을 휘두른다던가

발차기를 하면서 날아오른다던가 하는 건

상상하기가 쉽지 않다.

 

그렇게 어울릴 것 같지도 않다.

그는 큰키에도 불구하고 균형이 잘 잡혀서

지나치게 큰 남자가 주는 거북함을 전혀 주지 않지만,

 

그의 몸매나 거동은 지극히 우아하기 때문이다.

 

오승하는

주지훈이 가진 여러 가지 얼굴 중에서도

 

내가 일찌기 말한 청초함을 극대화시켰다.

하지만 그는 어둠 속의 인물이므로

당연히 그 정신 세계 자체가 비정상적이고,

따라서 그로테스크하다.

 

그리하여

오승하는

청초함 플러스 그로테스크이다.

 

그리하여

그는 굉장히 묘한 느낌을 주는 것이다.

 

그리고

그게 오승하 캐릭터의 매력이며

주지훈이 오승하 캐릭터를 성공시킨 비결이다.

 

복수자임에도,

전혀 육체적인 강함이 느껴지지 않고,

 

오히려 그의 지극히 비현실적인 상황에 걸맞는

우아한 실루엣에, 한떨기 백합같은 청초함,

그리고 거기에 살짝 드리워진 어쩔 수 없는 그로테스크함

 

이것들이 잘 조화를 이루어

오승하는 완성된다.

 

그런데,

후반부로 가면서

 

오승하가 점점 흔들린다.

그는 검정이라는 매우 견고하고 단순한 빛깔로 시작했는데,

 

이제 그의 영혼이 여러가지 색깔로 물들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오승하의 표정이나 느낌도 조금씩 달라진다.

 

누군가는 악에 중독되었다고 하지만,

반대로 그는 인간으로 돌아오고 있다.

 

그러면서 비로소

그에게서 섹시함이 느껴지기 시작한다.

 

그리고 그게 바로 17부부터 시작된다.

 

매우 단순하고, 매우 담백하고, 매우 논리적이며

매우 합리적인 오승하가,

 

물론 그건 그만의 논리이고 합리성이지만,

그것들의 기반이 흔들리면서

비로소 인간의 냄새가 나기 시작하고,

필연적으로

그는 성장하며, 성장함과 동시에 불쑥불쑥 그에게선

다른 표정들이 발견되는데,

 

그것들이 배우 주지훈의 타고난 성적 매력과 더불어

힘을 발하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 표정은 도발적이고, 야성적인데,

근육질의 남성들이 내뿜는 그것과는 다르다.

매우 감각적이고, 주지훈이라는 배우의 용모의

개성과 특성에서만 나올 수 있다.

 

청초한 오승하가 짓는 거친 표정이고,

여전히 상대를 내려다보며 비웃고 있지만,

 

그러나 이미 침착하지 않다.

그는 분노에 떨고 있다.

그는 매우 잔인하다.

그는 감정에 충만되어 있다.

 

그것들이 함축되어 나타난 저 표정은 웬지 전율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