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후유증
엊그제,
잠시나마,주지훈 생얼을 보고난 이후,
난 여러가지 상념으로 잠시 머리가 복잡했다.
이런 걸 이른바 후유증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래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직접 보는 걸 꺼린다.
난 배우로서 그를 만났고,
캐릭터로서 그를 알았고,
그리하여 그를 사랑하노라~~인데,
막상 인간 주지훈은 그 캐릭터들과는 전혀 무관한 곳에
홀로 서 있기 때문이다.
난 내가 사랑했던 주지훈, 즉 그가 창출해낸 캐릭터들에 익숙해서
막상 캐릭터 아닌 주지훈은 낯설기 때문이다.
내가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그의 얼굴에 시시각각 떠오르는 표정들이 자꾸
기억나서이다.
그런데
대개 좋아하는 배우를 한번 보고난 사람들은 알겠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본 것 같지 않게 허망한 법이다.
그를 보기 위해 며칠을 준비해서 시간을 만들고,
(백수가 더 바쁜 법이니..)
일부러 듣도보도 못한 그곳을 알아내기 위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검색이라는 걸 해야하며,
복잡한 미로같은 우리나라 지하철 현황을 살펴야하고,
그새 업그레이드된 지하철 노선에
잠시 짜증도 내야하며,
이윽고는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머나먼 지하철 여행을 해야한다.
그래도 잘 할 줄도 모르는 운전을 하느니
지하철이 안전하지.
그토록 많은 시간을 들인데 비해서
내가 실제로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모두 합쳐봐야 10분??
물론 공연을 끝까지 봤다면
더 볼 수도 있겠지만
사정상 그건 힘들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배우를 보고나면
허망해진다.
들인 노력에 비해
한줌도 안되는 성과가 허망한 것이다.
동시에, 그렇게 얼핏 본 그의 프로필과,
내가 기억하는 캐릭터와의 괴리감 사이를
홀로 방황해야한다.
하지만,
주배우의 경우는 좀 다르다.
우선, 그는 어쩌면 다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어떤 식으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반가운 사람이다.
앞으로야 어떻든,
지금 이 순간,
그것도 군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건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그도 이제 군대식 용어로 하면
제대를 앞둔 고참이고,
군기가 좀 빠져 있을 무렵일까?
ㅋㅋ
베레모를 쓰고
얼룩무늬 특전사복을 입은 그를 보고 싶었지만,
슈트 차림이 워낙 멋진지라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자위하련다.
추신:
그런데, 그는 왜 특전사에 가 있는걸까?
일찌기 우리 오빠가 특전사에 배정받았다.
그때 울고불고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우리 집이 뒤집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내겐 좀 특별한 특전사인데
왜 주배우가 거기에 가 있는걸까?
군대에 간 이후로 그에 관해선
듣도보고 못해서
난 갑자기 무지하게 궁금해진다.
아무튼 말년을 잘 보내시고
민간인 주지훈으로 빨리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