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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지훈- 후유증

모놀로그 2011. 3. 20. 09:42

엊그제,

잠시나마,주지훈 생얼을 보고난 이후,

 

난 여러가지 상념으로 잠시 머리가 복잡했다.

 

이런 걸 이른바 후유증이라고 하는 것이다.

 

사실, 이래서 내가 좋아하는 배우를 직접 보는 걸 꺼린다.

 

난 배우로서 그를 만났고,

캐릭터로서 그를 알았고,

 

그리하여 그를 사랑하노라~~인데,

 

막상 인간 주지훈은 그 캐릭터들과는 전혀 무관한 곳에

홀로 서 있기 때문이다.

 

난 내가 사랑했던 주지훈, 즉 그가 창출해낸 캐릭터들에 익숙해서

막상 캐릭터 아닌 주지훈은 낯설기 때문이다.

 

내가 혼란스러웠던 이유는,

 

그의 얼굴에 시시각각 떠오르는 표정들이 자꾸

기억나서이다.

 

그런데

대개 좋아하는 배우를 한번 보고난 사람들은 알겠지만,

동시에 아무것도 본 것 같지 않게 허망한 법이다.

 

그를 보기 위해 며칠을 준비해서 시간을 만들고,

(백수가 더 바쁜 법이니..)

 

일부러 듣도보도 못한 그곳을 알아내기 위해

내가 제일 싫어하는 검색이라는 걸 해야하며,

 

복잡한 미로같은 우리나라 지하철 현황을 살펴야하고,

 

그새 업그레이드된 지하철 노선에

잠시 짜증도 내야하며,

 

이윽고는 무거운 엉덩이를 들고

내가 제일 싫어하는 머나먼 지하철 여행을 해야한다.

 

그래도 잘 할 줄도 모르는 운전을 하느니

지하철이 안전하지.

 

그토록 많은 시간을 들인데 비해서

내가 실제로 그를 볼 수 있는 시간은

모두 합쳐봐야 10분??

 

물론 공연을 끝까지 봤다면

더 볼 수도 있겠지만

사정상 그건 힘들었다.

 

그래서 좋아하는 배우를 보고나면

허망해진다.

 

들인 노력에 비해

한줌도 안되는 성과가 허망한 것이다.

동시에, 그렇게 얼핏 본 그의 프로필과,

내가 기억하는 캐릭터와의 괴리감 사이를

홀로 방황해야한다.

 

하지만,

주배우의 경우는 좀 다르다.

 

우선, 그는 어쩌면 다신 볼 수 없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사람이다.

 

어떤 식으로든 다시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너무나 반가운 사람이다.

 

앞으로야 어떻든,

지금 이 순간,

그것도 군에 있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건

더더욱 반가운 일이다.

 

그도 이제 군대식 용어로 하면

제대를 앞둔 고참이고,

군기가 좀 빠져 있을 무렵일까?

ㅋㅋ

 

베레모를 쓰고

얼룩무늬 특전사복을 입은 그를 보고 싶었지만,

 

슈트 차림이 워낙 멋진지라

것도 나쁘지 않았다고 자위하련다.

 

 

추신:

 

그런데, 그는 왜 특전사에 가 있는걸까?

일찌기 우리 오빠가 특전사에 배정받았다.

그때 울고불고 자기 좀 어떻게 해달라고

난리를 치는 바람에,

우리 집이 뒤집어졌던 기억이 난다.

 

그래서 내겐 좀 특별한 특전사인데

왜 주배우가 거기에 가 있는걸까?

 

군대에 간 이후로 그에 관해선

듣도보고 못해서

난 갑자기 무지하게 궁금해진다.

 

아무튼 말년을 잘 보내시고

민간인 주지훈으로 빨리 만나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