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강아지의 한 살을 축하하며...
우리 강아지 테리가 3월로 드디어 한 살이 되었다.
하긴...확실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처음 만났을 때가 8월인데,
그때 5개월이라고 했으니,
3월생이라고 지레 짐작하고,
이제 3월도 중반을 지나가고 있으니
한 살이라고 생각하련다.
개월을 세다가, 년으로 나이를 매기니
웬지 서운하다.
그리고,
새삼 테리가 처음 우리 집에 왔을 때,
많이 사랑해주지 못한 것이 아쉽다.
강아지의 개월은 주옥같은 시간인데 말이다.
마치 인간의 이십대처럼..
5개월짜리 요크셔테리어로
처음 만났을 때,
머리는 크고,몸은 작고,
피부병 투성이의 못생긴 유아견이었다.
대체 그 럭셔리한 요크셔테리어가 어떻게
이렇게 못생길수가 있나 싶을 정도로..
그래도
너무나 맑고 까만 눈과,
작은 코가 귀여웠고,
하는 짓도 깜찍하고 영리해서
정이 가더니
결국 같이 지낸 세월이 이제 7개월이 넘은 것이다.
우리 테리가
사흘 전부터 좀 이상했다.
벌명을
'자동이'라고 붙일 정도로,
방에서 자고 있다가도
내가 거실에 나가면
어느 틈엔가 쪼르르 달려나와서
놀자고 달려들던 놈이
잘먹고, 잘 마시고, 잘 싸던 놈이,
갑자기 기운이 없어서
일어나지도 못한다.
이넘은
장난이 치고 싶어서 긴긴 밤이 싫어 죽는 놈이다.
대체 왜 갑자기 다들 불을 끄고
뭔가를 뒤집어쓰고
문은 닫아버리고
자기만 홀로 남겨두는지 이해를 못해서
날이 새기만 기다리던 놈이다.
장난이 치고 싶어
눈이 번들거리는 미운 7살, 아니 요즘엔 미운 3살이라지만,
그러던 놈이
갑자기 기운이 하나도 없어
눈을 감고 누워 있는 것이 아닌가!
가슴이 내려앉는다.
무지개다리로 보낸 녀석은 평생을 잠만 자고 디리 먹기만 하다
갔지만,
우리 테리는 잠도 없고, 먹을 것을 밝히지도 않는다.
그저 장난치고 노는 것밖엔 관심이 없다.
그래서 날이 새기만 하면
좋아 날뛰던 놈이다.
우리 집에 온 이후로 난 한번도 녀석이 눈감고 누워서 자는 걸
본 적이 없다.
눈감고 누워 있다가도, 내 기척만 들리면
벌떡 일어나기 때문이다.
그러던 놈이
사흘을 그러고 있으니
겁이 덜컥 난 것이다.
무지개다리에 있는 녀석은 자라이고,
테리는 솥뚜껑이 된 모양이다.
전같으면 그러려니 했을 것을
이제 기운이 없거나, 밥을 먹지 않거나, 물을 안마시는 게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를 알기 때문이다.
더더우기 우리 테리처럼 아직 어린 놈이...
다행히,
의사 말로는 대단한 건 아니라하고,
테리도 오늘은 기력을 많이 회복해서
가슴을 쓸어내렸지만,
어제까진 정말 가슴을 조아리며 지켜보았다.
그러다보니, 짜증이 난다.
왜 강아지를 다시 키울 생각을 했을까?
조금만 아픈 기색을 보여도 겁부터나니
그런 일을 뭐하고 또 시작했을까?
일년 기념 사진을 오늘 한 장 찍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