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궁

궁 20부- 황태자비 스캔들 사건

모놀로그 2011. 3. 9. 05:24

궁 20부는 후반들어, 갑자기 어두워진 궁이 부리는 억지의

최절정이다.

 

적어도 내가 보기에 그러하다.

 

궁이 어두워진 이유는, 물론 채경이가 갑자기 어두워졌기 때문이다.

그런데, 난 채경이가 왜 갑자기 어두워졌는지 이해를 하지 못한다.

그래서, 내겐 20부가, 궁, 아니 채경이가 부리는 억지의 절정으로 보이는 것이다.

 

자,

대체 어떤 사건이 있었는가!

 

채경이가 남편이 몰래 보내준 친정에서 택시를 타고 되돌아오는 바람에

황후에게 깨졌고,

그래서 우울한데,

신군이

 

에잉~~바보,

 

라고 했다.

 

그러자, 율군은 너처럼 위로 안해!!

 

라고 외치며 눈물의 밤 드라이브를 떠났다.

채경에게 위치추적장치를 달아놓은 율군은

잽싸게 채경을 따라잡는다.

그래서,

 

바람을 쐬러 나간 채경이는

어떻든 율군과 함께 있게 되었다.

 

어두운 차안에서 율군의 위로를 받는다.

 

신군을 감당하기 힘드니 도망치라는 위로와 더불어,

끈적하게 자신의 뺨을 어루만져주는 스킨쉽의 위로까지 받는다.

 

그렇게 율군의 차 안에서,

율군의 위로를 받는 동안에

차량을 도난당했다.

 

여기서부터가 도무지 이해가 안간다.

 

아무리 위로에 열중해있다고

차를 훔쳐가는데 모를 수가 있는가?

 

자동차라는 놈이 그렇게 조용한 놈인가?

 

움직이려면 시동도 걸어야하고,

시동이 걸리면 밤이니 자동으로 헤트라이트도 켜진다.

 

이 놈이 부르릉거리며 소리도 엄청 낸다.

달려가려면 또 달려가는 소리까지 낸다.

 

그동안,

채경과 율군은 아무것도 모른다.

 

율군의 차는 방음이 되어 있나보다.

 

뭐, 갈등이 일어나야하고,

그 갈등으로 인해 채경이 더더욱 힘들어져야하니

억지 갈등이라도 이해해준다 치자.

 

차량을 도난한 인간들이

붙잡혔다.

그러자,

황태자비가 야밤에 한강변에서 어떤 남자와 단둘이 있더라고

떠들어댔다.

 

그 인간들은 대체

그 차가 황태자비의 차라는 걸 어떻게 알았을까?

 

컴컴한 차 안에 단 둘이 있었던 채경과 율군 중에서,

왜 채경만 알아보는걸까?

 

왜 율군은 보지 못할까?

 

여기까지도 그렇다고 해두자.

 

그 사건은 물론 황색 언론에 의해서 대대적으로 보도된다.

아니,

황실은 그렇게도 힘이 없는가?

 

언론에 대책없이 그렇게 노출되어 아무런 보호장치도 없나?

 

하다못해 재벌들도,

자기 집안에서 벌어진 불미스러운 일은

철저하게 언론 통제를 한다.

 

가끔 가십 기사가 나기라도 하면

그 신문을 모조리 수거하기까지 한다.

 

돈밖에 가진 게 없으니

돈으로 모든 걸 해결한다.

 

물론, 한국에서 돈은 곧 권력이다.

 

불쌍하게도,

황실은 아무런 권력이 없다.

 

하지만, 황실이 가지지 못한 권력은

정치에 관한 것 뿐이다.

 

황실이라는 이유만으로

가지는 눈에 보이지 않는 권력이 있다.

그런데,

 

대책없이 당한다.

그것도 황태자비의 차를 훔친 인간들에 의해서

아무런 보호망없이

그냥 당한다.

 

황색 언론일지라도 황실을 존중해줘야하건만,

도둑들의 말만 듣고

대서특필을한다.

 

대체, 황실엔 언론을 담당하는 무슨무슨 청도 없나?

 

황실이 이건 무슨 달동네에 있는 철거민도 아니고,

무대책으로 당하는 것도 우스운데,

 

그것도 그냥 넘어가주자.

 

황실이라는 곳은 명분이 제일 중요하다.

즉, 대언론을 상대로 한다던가,

국민을 상대로 할 때

가장 그럴 듯하고 말이 되기만 하면

내막은 별로  중요치 않다.

 

그런데 묘하게도 그건

신군을 비롯한 젊은 황족들이 황실 어르신을 대할 때도

적용된다.

 

아무리 심각해보이는 사건도 그럴싸하게 말이 되서

그들을 안심시키기만 하면

그들은 내막과는 별개로 그냥 넘어간다.

 

황태자비가 야밤에 어떤 남자와 단 둘이 있었다는

기사가 났을 때,

 

신군이 왜 상대가 율군이라는 걸 밝히지 못하게 했는지

난 그것부터 이해가 안된다.

 

갈등을 조장하기 위해서라지만,

너무 말이 안 된다.

 

제일 간단한 건

상대가 율군이었다고 밝히는 것이기 때문이다.

 

황태자비 채경이가 고딩인 건

온 나라가 다 알 것이다.

 

율군도 고딩인 건 역시 온 나라가 다 안다.

 

둘이 같은 학교의 같은 클래스라는 것도

온 나라가 다 안다.

 

아니, 그것만 모르나?

에잉 설마..

 

하다못해, 그들이 속한 클래스에서

채경과 율군이 붙어다는 건

모르는 사람이 없지 않을까?

 

학교에서도 틈만 나면 둘이 함께 다니는데

어떻게 두 사람이 친하게 지낸다는 걸 모를 수가 있담?

 

그 순간에만 갑자기 전국민과 학교 학생들이

기억상실에 걸리지 않은 담에야,

 

율군과 채경은, 황태자비와 서열 2위의 왕자라는 관계,

그리고 형수와 시동생이라는

공식적인 관계 이전에,

친한 학교 친구 사이라는 걸

모두 알고 있다.

 

내막은 물론 중요치 않다.

 

저렇듯 가장 그럴 듯한 명문이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신문에 그런 기사가 나서, 당장 채경이가 어른들 앞으로

호출되었을 때,

가장 좋은 방법은

율군과 함께 있었다고 말하는 것이다.

 

그리고 채경은 그렇게 하려고하는데,

신군이 막는다.

 

신군이 막는 이유는,

두 사람 관계를 알기 때문이다.

적어도 율군의 마음은 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건 내막이다.

 

앞서도 말했지만

명분만 서면 내막은 아무래도 좋은 게 황실이다.

 

그럼 어른들에게,

 

바람쐬러 나갔다가, 학교 친구 율이를 우연히 만나서

잠시 같이 있었을 뿐이라고 해명하는 게

최선이다.

 

혹시라도 그 말을 듣고 어른들이 율군을 의심하더라도

잡아떼면 그만이다.

 

실제로 두 사람이 친한 건

궁안의 어른들도 모두 다 알고 있다.

 

제일 중요한 건

거짓말을 하는 것이면서

거짓말이 아니고,

 

가장 말이 되면서

내막과 무관하게 명분도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저 명분에 절대로 넘어가지 않을 사람이 있다.

 

첫째가 황후요, 둘째로, 혜명공주이다.

마지막으로 혜정전이다.

 

하지만 그들은 어차피 내막을 신군못지 않게

숨기고 싶어하는 사람들이니,

 

가장 중요하고, 골치아픈 존재들,

 

한 가정에서 가장 다루기 힘들지만,

가장 속아넘기기 쉬운 존재이기도 한

 

아버지와 할머니만 설득시키면 된다.

그리고,

 

그들에게 그럴싸하게 문장을 만들어

들려주면

그들은 안심한다.

 

이건 보통 가정에서도 흔히 일어나는 일이다.

 

사고친 아들이나 딸을 감싸주기 위해

 

집안의 가장 어른들만 적당히 주무르면

모든 사건은 잠잠해진다.

 

따라서

굳이 거짓말을 할 필요가 없었다는 뜻이다.

 

학교에서조차

채경을 두고 말이 많은데,

 

그게 율이었다고 밝히면

다들 납득할 것이다.

 

새삼 둘 사이를 의심한다면

그것도 웃긴다.

 

의심하려면 진작에 했어야지 말이 되니까.

 

 

저런 좋은 방법을 놔두고,

신군이 지레 막는 바람에,

채경은 거짓말을 하게 되고,

 

그로 인해 더더욱 사건은 커진다.

커질뿐만 아니라 이상하게 꼬이면서

상황이 역전되기까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