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놀로그/작품과 인물

부활 마지막회를 보고..

모놀로그 2011. 2. 28. 15:44

지우신공이 다른 작가와 비교되는 건

역시 마지막회에서 보여주는 역량이 아닐까 싶다.

 

재미는 있지만, 단조롭고 지루한 감도 없지 않았던 부활이

생기와 박진감이 넘치며, 거기에 감각적인 화면까지 가세하면서

에너지가 넘치기 시작한 게

바로 24부라는 사실이 신기하다.

24부였기 때문에 시작과 동시에 끝나버리는 게 좀 아쉽지만..ㅋㅋ

 

하지만,

거기까지 가는 길이 너무 멀었다.

 

별로 애틋하지 않고 감정과잉으로 거북했던 러브스토리와,

같은 대사와 같은 장면이 반복되어

느슨했던 드라마가

마지막 한 회로 단숨에 모든 단점을 만회한다는 건

놀라운 일이다.

 

대개의 드라마는 잔뜩 벌여놓은 사건들을

제대로 수습하지 못해

마지막회에서 허둥지둥 얼버무리기 바쁜 것에 비해서,

 

부활이나 마왕은

오히려 마지막회에서 장관을 이루니,

가히 놀라운 필력이 아닐 수 없다.

 

난 여기서 몇몇 배우에 대해서 말하고 싶다.

 

첫째로,

 

마왕에서 반장역을 맡았던 배우이다.

 

그가 좀더 일찍 등장했다면 어땠을까 싶었다.

왜냐면 그가 등장하면서 갑자기 극이 싱싱해졌기 때문이다.

 

캐릭터 하나로 극이 얼마나 달라질 수 있는지 새삼 확인된다.

그는 마왕에서보다 훨씬 어울리고, 연기도 일품이었다.

그 배우도, 어딘지 그로테스크한 개성이 강한데,

그것은 수사반장이라는 평면적인 역에선 발휘되기가 힘든 것 같다.

그래서 신비로운 조폭 보스의 역에서 훨씬 그 배우의 역량이 살아난다.

 

그가 등장하면서 전체적으로 힘을 받기 시작하고,

부활은 단조로움에서 벗어난다.

 

그때까지 이름만 간간히 거론되어 별로 주의를 기울이지 않게

만들어놓고,

실은 가장 중요한 키를 쥐고 갑작스레 나타나서

극을 반전으로 이끄는 연출은 가히 장관이지만,

횟수가 길어서

지칠 즈음에 잠깐 나타난 게 조금 아쉽다.

하지만 그 역은 그렇게 활용하는 게

훨씬 멋질 것 같기도 하다.

 

조폭 보스라기엔 어딘지 모르게 멋을 풍기는 것이

조금 리얼리티가 떨어지는 면이 있다.

 

물론 보스들은 대개 똘마니보단 멋이 있지만,

그가 풍기는 멋은 그런 종류가 아니라

이상하게 허무적이고 관조적이어서 비현실적이다.

 

두번째로, 안비서역을 맡은 배우이다.

 

난 참 바보같다. 난 안비서역의 배우를 참 아깝다고 생각하며

내내 보고 있었다.

일개 비서역치고는 뭔지 모르게 존재감이 있어서

이상하게 눈길이 가고, 마음도 갔지만 그가 누군지 도통 모르고 있다가

마지막 회에 가서야 갑자기 그가 혹시 마왕의 김영철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워낙에 눈썰미가 약해서 자신은 없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다.

 

만일 그렇다면, 그 사람도 내공이 보통이 아닌 배우이다.

어떻게 같은 사람이 그렇게 다른 모습을 보일 수가 있단 말인가!!

 

세번째로 김규철씨인데,

 

사실 이분은, 은근히 인간적으로 생겼다.

울퉁불퉁해서 험악하게 생긴 듯도 하지만,

오히려 악역은 어울리지 않았다.

 

그래서 반반장과 반대로 마왕에서의 역이 훨씬 어울린다.

 

세번째로,

전에도 언급한 김윤석씨이다.

그는 장차 대배우가 될 싹을 그때 보이고 있다.

 

엄태웅역의 앞잡이 노릇을 하고 있지만,

그런 역을 하는 배우치곤 정말 대단한 존재감을 뿜어낸다.

게다가 지금보다 훨씬 젊고 살이 찌지도 않아서인가

스마트하고 매력있다.

 

그 외에 강신일씨야

워낙에 내가 좋아하는 배우라,

뭐 달리 할 말이 없다.

무슨 역을 해도 어울리고, 잘한다.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연기자이다.

 

그럼 거슬리는 연기자에 대해서 말해보자.

 

첫째로,

 

제일 맘에 안드는 게

바로 한지민이다.

그게 첫작품인가?

너무 뻣뻣해서 도저히 그녀의 눈물젖은 사랑에 공감이 안된다.

 

억양없는 말투에 똑같은 표정, 뻣뻣한 자세와 어색한 걸음걸이

부활의 최고의 옥의 티다.

 

둘째로,

 

고주원이다.

 

고주원역을 보고 있자면

아름다운 날들의 이병헌을 떠올리게 된다.

 

고주원역은 아마도

강렬한 매력과 카리스마, 그리고 도도함이 있으면서

야심과 독선이 흐르는 캐릭터같다.

그는 세상사적인 도덕관념보단

자기가 옳다고 믿는 것에 투신하는 타입이다.

그리고 그게 매력으로 다가와야한다.

또한 그의 그런 독선적 매력에 한지민역도 어느 정도는

마음이 흔들려야한다.

 

그러자면

샤프하고, 건방지고, 그러면서 매력적이고 섹시한 배우여야하는데,

고주원이란 배우는 순하고 둔하게 생겼다.

그런 역엔 도통 어울리지 않는다.

그는 착하고 순진한 역을 하면 차라리 그럭저럭 해낼지도 모르겠다.

선량하고 나약하게 생겨서는

자신 있게 세상을 헤쳐나가는 야심찬 그러나

마음 속엔 상처를 안고 있는 남자역을 하기엔

역부족이다.

용모나 분위기에서 벌써 아니다.

미스캐스팅이라고밖엔 볼 수가 없다.

 

작가나 피디도 알고 있었을 것 같은데

왜 캐스팅했을까?

하고 싶어 한 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둘째로,

 

소이현역이다.

 

기자마자?

 

방송국의 보도국 기자라면서 무슨 화보를 찍는 것도 아니고

자기 패션감각과 늘씬한 몸매를 과시하려고 나온 것 같다.

 

뭔가 열심히 해보겠다고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긴 하는데

아무것도 해내는 것도 없고,

그저 장면마다 캐주얼하고 세련된 매력을 과시하기 바쁘다.

하지만 이쁘긴 하더만

ㅋㅋ

 

기자라는 느낌이 전혀 없고,

무슨 기자가 기사는 안쓰고 허구헌날

멋지게 차려입고 쏘다니기만 하는지..

 

그렇게 한가할까? 과연??

 

그래도 역할은 그럭저럭 괜찮았다.

배우가 좀 문제가 있었을 뿐

 

용모나 몸매보단 연기력이 필요한 역이 아닐까 싶다.

쿨하고 지적이며 활동적이고 씩씩한 느낌의 여배우가 나을 뻔했다.

 

나 이뻐?

 

이러면서 매장면 옷만 갈아입는 소이현은 에러이다.

 

그외,

 

하은의 엄마를 비롯한

여러 여자들은 한꺼번에 싸잡아서 욕이 나온다.

 

그래서 말하기도 귀찮다.

 

 

유혜영은 왜 갑자기 남편을 배신때리는지,

돈을 보고 결혼한 것도 아닌 것 같은데

하루 아침에

호텔을 자기에게 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돌아서버리는 게 좀 이상하다.

 

선우은숙은

남편이 그렇게 비참하게 비명횡사하고,

아들까지 잃었는데

돈많은 남편 친구와 재혼해서 잘먹고 잘살고 있다니

놀랍다.

 

그외

범죄자들의 마누라들도 전부 욕나온다.

 

형사라는 인간들도 전부 한심하다.

정말 우리나라 형사들이 저러면 어쩌지?

하고 걱정이 될 정도이다.

 

김갑수씨나 그의 친구역을 한 배우나

둘다 저력있는 배우들임에도

제대로 활용을 못한 것 같다.

 

 

박희수역을 한 배우는,

연극배우출신이 아닐까 싶다.

대사치는 것도 그렇고

연기도 그런 느낌이 강하다.

용모도 그러하다.

 

아님 말구

 

 

마지막회에서,

이상하게 복수극치곤 정적인 느낌이 강하던 화면이

감각적으로 변하며

여러가지 감동적인 장면들을 연출한다.

 

어떻든,

마왕도 그렇지만,

복수란,

결국 파우스트처럼 자신의 영혼을 팔아야 가능한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어리석고, 옳지 않고, 부질없음을 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한 하지 않고는 배기지 못하는

비극을 부활에서 다시 한번 보게 된다.

 

해도 후련하지 않고,

안하면 미쳐버리는...

 

그래서 결국 영혼을 팔아서

다른 이의 목숨을 살 수밖에 없게 만드는,

 

수많은 맥베스들과 이아고들도 문제지만,

그러나

 

그들을 양산해내는 사회가 근원이다.

하지만 그런 사회는 과거에도

그리고 앞으로도

인간과 더불어 영원히 존재할 것이다.

 

수많은 부조리와 욕망과 원한을 등에 지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