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마왕

마왕 15부- 강동현과의 대결

모놀로그 2011. 2. 24. 07:41

오승하와 강동현의 대결은 흥미진진할 것 같았지만,

생각보단 맥없이 끝나버린다.

즉, 강동현의 명백한 패배이다.

 

그럴것이 오승하는 상대의 패를 훤히 알고 그 자리에 나갔는데,

강의원은 거드름을 피우며, 애송이 하나 탐색하는 정도의

가벼운 마음가짐이니

승부가 될 리가 없다.

 

승하를 보자마자, 강동현은 그를 재빨리 찔러본다.

 

상대의 의사도 묻지 않고

음식을 주문해놓고 있다.

 

그리고 그것에 대한 승하의 반응을 본다.

 

상대의 의사를 무시하고 멋대로 메뉴를 정했다는 건

처음부터 자기를 우위에 놓음과 동시에

승하가 어떤 인물인지 탐색해보기 위해

만나자고 했음을 노골적으로 말하는 것이다.

 

단순한 변호사인지, 아니면 그 이상인지,

성준표 사건에 어떤 식으로 연관되어 있는지

대체 어느 정도의 인물인지 이제부터  알아보겠지만

하지만 니가 과연 내 적수가 되겠냐는 거만함으로 승하를 제압하려 한다.

 

그러자 승하는

당신이 시킨 음식이라면 아마 내 입맛에도 맞을 것이라고 응수한다.

비록 니가 사회적 지위로나, 연륜으로 나를 앞선다고 여길지 모르나,

미안하지만 우린 동등하다고 응수한다.

 

처음부터, 니가 어떻게 나올지 난 다 알고 있으며,

난 너를 알지만, 넌 나를 모를 것이라는 우월감으로,

노회한 정치꾼과 젊은 변호사가 맞선다.

 

생각보다 묵직한 반응에 일단 강동현은 살짝 뒤로 물러선다.

그는 보다 관심을 가지고 오승하를 관찰해본다.

만만치 않은 인물임을 재빨리 간파하는 것이다.

 

그래서 부모님 얘기를 꺼내본다.

 

대개 부모님 얘기를 꺼내면 분위기가 누그러지기 마련이다.

평범한 젊은이라면, 부모의 얘기로 긴장을 풀고 조금은 인간적인 면을 보인다.

그만큼 승하는 온몸을 무기삼아 자기에게 맞서고 있는데, 그 이유를 알고자 함이다.

그러나 승하는 순순히 말려들지 않는다.

오히려 재빨리 오수 얘기로 승하는 상대의 공격에 강력하게 대응한다.

이때부터  현격하게 강동현이 밀리기 시작한다.

 

너무 가볍게 생각하고 맨손으로 나온 것이다.

적을 알아야 승부가 되는 법인데,

강동현은 오승하를 모르고, 오승하는 강동현을 알며

그의 약점까지 속속들이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그가 왜 자기를 만나자고 했는지 그 이유도 알고 있다.

 

그래서 달짝지근한 부모 운운을 오수 얘기로 방어함과 동시에

재빨리 자신이 우위에 선다.

 

강동현도 오수와 비슷한 경계경보를 느낀다.

 

그래서 냉철한 승부사라는 단어로 슬쩍 찔러본다.

그러자 승하는 내가 승부사가 된 건 당신 때문이라고 응수한다.

 

권변을 빙자한 공격엔, 변호사의 도리에 말하는 것으로 맞선다.

결국 권변을 내세워 정태훈을 가해자로 만든 강동현을 비웃고 있다.

 

결국, 그 승부는 아무런 준비도 하지 않은 강동현의 완패로

싱겁게 끝나버린다.

 

강동현과 승하의 대화는 오수와의 그것과 너무나 똑같다.

 

승하는 사실을 말하고 있고,

강동현은 자기 편한대로 해석한다.

 

그러나,

둘 다 항상 위험과 직면하여 날카로운 직감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인만큼

밑바닥에서 뭔가 꿈틀대는 상대의 적의와, 빈정대는 듯한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둘 다 승하에겐 약자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승하에게 죄인이기 때문이다.

 

결국,

그의 맞수로서의 성준표나 강의원 모두

승하가 휘두르는 진검에 상처를 입고 물러난다.

 

과연 누가 승하를 이길 수 있을까?

 

아니, 어떻게 해야 승하를 이길 수 있을까?

그것에 대한 대답은 굉장히 단순하다.

 

순수하고 우직하며 단순한 오수만이

결국은 승하의 상대가 될 수밖에 없다는 결론이 나오는 것이다.

 

승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말하고 있기 때문에,

잔머리나 잔재주 혹은, 권모술수 따위론

그를 이길 수 없는 것이다.

 

그가 원하는 건 아주 단순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