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19부- 주지훈의 신군이 멋질 때-분식집의 황태자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그 사람이 연타석 홈런을 날리면 그야말로 그의 매력에 풍덩 빠진다.
할리퀸 신군은 그야말로 눈빛 하나로 나를 평정해버렸다.
그러나 그렇게 강렬한 신군은 사실 좀 버겁다.
바로 내 눈앞에 있는 것도 아닌 사람이
그렇게까지 매력을 발산하면 정신을 수습하기 힘들잖은가!!
19부에 이르러,
분식 집이 등장한다.
황태자비께서 배가 터지도록 떡볶이에 순대와 염통, 그리고 간까지
정신없이 드시는 동안,
신군은 그 로얄 포스로 분식집 문을 열고 들어서는 것이었다.
난 고딩 신군을 참 좋아한다.
상상을 초월하는 신묘한 의상으로 몸을 감싸고,
무심하고 당당하게 궁의 복도나, 동궁전의 파빌리온을 걷는
신군도 물론 멋지다.
하지만 그가 정말 로얄 포스를 풍길 땐
실은 교복 차림일 때이다.
궁에 있으면서
나오는 사람마다 그를 황태자로 대하고,
황태자스러운 복장을 하고 있을 때
황태자로 보이는 건 당연하다.
그건 굳이 다른 배우가 해도
황태자스러울 수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으로서,
그것도 고딩의 교복을 입은 채로도
황태자스러울 수 있는 건 쉽지 않다.
그런데
신군이, 그리고 주지훈이 가장 황태자스러울 때가
바로 고딩으로 학교에 있을 떄
그리고 교복 차림일 때이니
그게 중요하다.
그래서 내가 교복 입은 고딩 신군을 좋아하는 것이다.
그가 정말 남자같고, 황태자같고, 섹시하고, 그러면서
가슴을 설레게 할 때는
바로 교복 차림일 때이며,
가장 보편적인 교복 차림으로 있음에도
그가 다른 고딩과 전혀 다른 처지에 있음을 절감하게 해준다.
난 그런 점에서 교복입은 주지훈에게 감탄한다.
누구나 입고 있는 교복은 그 인간의 개성을 말살한다.
하지만 정말 개성있는 사람들은
그렇게 획일화된 제복 차림으로 같은 무리 속에 있을 때
정말 돋보이는 법이다.
예컨대, 채경이 교복을 입으면 신채경으로 돌아간다.
궁에선 우찌우찌하면 황태자비로 보일 수 있고,
상궁 나인들이나, 내관이 그녀에게 머리를 굽힘으로써
황태자비가 되지만,
학교에선 그녀는 여전한 신채경이다.
하지만 신군은 그렇지 않다.
한국의 학교처럼 인간들을 획일화시키는 재주가 있는 곳도 달리 없다.
예술 학교라고해서 예외는 아니다.
교복차림의 신군이 멋진 이유는,
다른 평범한 사람과 같은 차림으로 있을 떄
그는 정말 동떨어지고, 고독해 보이기 때문이다.
떡볶이집에서의 신군이 그러하다.
난 신군이 분식집 문을 열고 로얄 걸음걸이로
들어서서
로얄 포스로 의자에 앉아
묵묵히 기다리는 모습에서 그만 뒤로 넘어가고 말았다.
그 모습은 19부 동안 이미 온갖 모습으로 내 혼을 빼놓은
신군 중에서 최고봉이다.
생각하면 이상한 일이다.
왜 하필 지저분한 분식집을 배경으로 앉아 있는 신군이 그토록 매력적이었을까..
아마도 분식집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그리고 신군이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게 어울리지 않는 배합도 드물다.
그런데 그는 채경이를 위하여 자기 비위엔 맞지 않을 그 장소에서
참을성 있게 기다려주는 것이다.
그의 기다림조차 고독하고 거만해보인다.
여전히 냉정하고 바위처럼 단단해보인다.
하지만 그런 분위기의 신군이기에
분식집이라는, 고딩들의 천국에 앉아 있는
그가 더욱 이질적이고,
그래서 더욱 매력적이며
저 모습은 처음 봤을 때부터 내 가슴을 뛰게 만들었다.
또한 저런 분위기를 풍기며
눈을 내리깔고, 무표정하게 앉아 있음에도
그의 채경에 대한 진심을 온몸으로 표현하는 주지훈에게
난 찬사를 보낸다.
이윽고 그는 딴에는 붙임성있게 채경에게 접근한다.
어색해보인다.
그런데 그 모습이 또한 매력적이다.
저런 분위기부터가 그에겐 어색할 것이다.
그러나 채경을 위해 감수하고 있다.
이제 그는 채경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사랑하고 있다.
혼인초같으면 잔뜩 인상을 쓰며 눈을 부라렸을 신군이
이제 채경의 세계와, 그녀가 원하는 것을
인정해준다.
하지만 동참하진 못한다.
동참하지 못하는 그가 또한 지극히 매력적이니
내 취향도 이상하다.
분식집이라는 배경으로 범상치 않은 학생이 앉아 있다.
그곳은 그에겐 너무 비좁다.
그의 존재가 그 분식집을 너무 심하게 압도한다.
이윽고 경호원들이 뛰어들어오고,
그럼으로써 그 범상치 않은 교복 차림의 아이는
결국 분식집이라는 일상적이고 자유로운 고딩의 세계엔
어울리지 않음이 증명된다.
이때
그는 벌떡 일어나서 채경에게 손을 내민다.
솔직히 말해서,
저 순간에 심란하게 구는 채경을 밀쳐버리고
내가 저 손을 잡고 싶었다.
ㅋㅋ
나에게
주지훈의 신군이 지극히 매력적일 때는
저렇게 일상적인 공간에서의 신군이며,
그곳에서 다른 사람과 차별되는 분위기를 가진 것이
그의 비극이라는 걸
절감하게해주는 주지훈에게 난 찬사를 보내는 것이다.
난 아직까진 단지 분위기만으로 말할 수 있는 신인배우는
보지 못했다.
아마도 신군이 최초이며,
주지훈이 최초이다.
그래서 난 주지훈의 신군을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