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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S.T. 만 아름다운 드라마 -대망과 올인

모놀로그 2011. 2. 20. 02:43

내가 좋아하는 노래들은 대개가 드라마 삽입곡들일 경우가 많다.

어떤 노래에 꽂히고 보면 드라마 삽입곡이나 ost일 경우가 많더란 말이다.

 

올인이라는 드라마가 있다.

이유는 모르겠지만, 방영 중 대단한 인기였다.

 

이병헌이 출연한 드라마 중에서

내가 가장 재미 없게 본 드라마이지만,

그래도

음악만은 최고이다.

 

 

올인의 음악은 직접 작곡한건지, 누군가 멋지게 만들어놓은 걸 편곡한건지

그것까지 일부러 찾아다니며 알아보고 싶진 않다.

음악만 멋지면 됐지, 누가 만들었건 뭔 상관??

 

올인의 메인타이틀은 어찌나 멋진지 듣기만해도 소름이 끼치는 것이

드라마에 비해 아까울 정도이다.

 

뿐이랴,

 

인하의 테마인듯한

 

 

'처음 그날처럼'

이나

 

'괜찮아요, 난'

 

같은 노래들은 내가 지금도 애청하는 곡들이다.

특히 '괜찮아요, 난'은

내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 중 하나이다.

 

드라마가 후질수록 음악이 멋진 건 아이러니한 일이다.

특히 웅장해서 소름이 끼치는 음악들일수록

드라마는 후지단 말이다.

  

올인은, 사실 초반까지만해도 그럭저럭 괜찮은 드라마였지만,

이병헌이 출연한 드라마 중에서

가장 캐릭터가 엉성하고, 개폼만 잡아서 공감이 안가는데다가

무엇보다 내가 제일 싫어하는,

별 내용도 없이 횟수만 길어서 드라마틱하던 초반이 무색할 정도로

뒤로 갈수록 드라마 질이 점점 떨어져가다 못해, 아예 하품이 나올 정도로

지루하고 무감동해진 대표적 케이스이다.

 

이병헌이 출연한 드라마들은 대개 크게 히트를 친 경우가 드물다.

영화도 그렇다.

 

이상할 정도로 흥행과는 거리가 먼 것이

또한 이병헌의 특징이다.

 

하지만 흥행과 무관하게 그의 초중기 작품들은

뛰어나다.

 

그런데

가장 작품성이 떨어지는 올인이 흥행엔 가장 성공한 걸 보면

세상사 이상하기도 하지.

 

음악만 멋진 드라마하면 내게 최고봉인 드라마가 대망이다.

 

 

기획단계부터

많은 기대를 모으고 있고, 간간히 기사에도 오르내렸다.

 

워낙 캐스팅도 스탭진도 화려했던 것이다.

당시 최고의 스타였던 전지현이 출연하기로 되어 있었으나

나중에 이요원으로 교체되었다.

기획을 선언하고도 몇 년을 질질 끌다보니

전지현이 그만큼 더 몸값이 비싸져버린 것이다.

그래서 대망 같은 티비 드라마에 출연하기엔

너무나 고귀한 분이 되버린 것이다.

 

ㅋㅋ

 

 

사실, 남주로 캐스팅된 장혁도 대망 촬영만 기다리다가 지쳐서

틈새로 잠깐 출연했던 명랑소녀성공기로 생각지도 않게

대박을 터뜨리기도 했다.

 

그로선 대망에 앞서 유명 스타가 되었으니

오히려 잘 된 셈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망은

모래시계의 콤비로 당시에 유명했던

김종학, 송지나 커플의 대작이라는 점에서 매스컴에서 자주 다루었다.

 

기획의도만 읽어도 가슴이 뛰는 드라마였다.

서사적이면서 애틋한 러브스토리까지 가미되어

잔뜩 감동할 준비를 하고

나 또한 기다리고 있었다.

 

기획의도대로 가는 드라마는 별로 본 적이 없긴 하지만,

특히나 대망은 앞으론 절대로 기획의도를 믿지 말고, 읽지도 말자!!

라고 나 스스로 결심케한 드라마이다.

 

 

처음 캐스팅은 훨씬 환상적이었는데,

이후에 많이 교체되었다.

손예진이 조연급으로 출연한다.

또한 조인성이 단역으로 잠깐 출연하기도 했다.

그때만해도 그 두 사람은 모두 신예였던 것이다.

가끔 드라마를 보다보면 저런 재밌는 일들이 벌어진다.

 

 

어떻든 기대하고 기대하던 그 드라마가 무슨 일인지

난항을 겪고 있었다.

방송이 자꾸만 연기되었다.

 

알고보니 송지나 작가가 도무지가 대본을 안쓴단다.

 

김종학 피디는 대망에 많은 걸 걸고 있었나보다.

그래서 당시에 외국에 거주하고 있던 송작가에게

찾아가기까지 하면서 애걸복걸해서

겨우겨우 촬영을 이어가고 있었다.

 

송작가는 애초에 왜 그 드라마를 쓰겠노라고 약속했을까?

그녀의 머리 속엔 대망이라는 드라마에 대한 그 어떤 청사진도

들어 있지 않았음을 난 드라마를 보면서 느꼈다.

 

왜냐면, 송작가는 그렇게 시시한 작가는 아님에도,

자기가 뭘 써야할지 모르는 듯 했기 때문이다.

 

대개 작품을 만들거나, 글을 쓰는 사람들은

자기 스스로 그 작품에 대해서 할 말이 있거나

뭔가 인스피레이션을 얻지 못하거나

애정을 느끼지 않으면

아무것도 할 수가 없다.

 

이면의 이야기야 내가 알 수 없지만

그렇다면 왜 그 드라마 대본을 쓰겠노라고 약속했는지

알 수가 없다.

 

대본이 나오지 않아 쪽대본으로 겨우겨우 연명하다보니

완성도가 형편없었다.

 

게다가 도대체가 무슨 말이 하고 싶은 건지

알 길이 없었다.

 

주인공 장혁은, 기획의도만 읽으면 살떨리게 멋진 역이었는데

막상 드라마에선

거의 바보 수준이다. 착한 거 빼면 아무것도 없다.

 

한재석이 맡았던 역이 그나마 매력이 좀 있긴 했는데

배우가 영 아니었다.

한재석이란 배우는 원래 아무리 멋진 역도 졸리게 만드는

재주가 있다.

 

 

재밌는 건 한재석의 아역을 맡았던 배우이다.

바로 장근석이다.

 

그는 한재석보다 더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용모나 연기, 그리고 분위기가 비범하다 싶었는데

역시나 그냥 묻히지 않았다.

 

 

하여튼,

그 드라마를 보면서 어찌나 열받았던지

세상에 뭐 저딴 드라마가 다 있나 하면서

이를 악물고 그래도 마지막까지 봤는데,

 

마지막에선 정말 처연할 정도로 나를 짓밟더란 말이다.

대체 마무리를 어떻게 하려고 저러나 싶어서

호기심에 막방을 봤더니

작가도 더이상은 손을 쓸 수가 없음을 알고

등장 인물들을 모조리 죽여버린다.

 

별 이유도 없이, 그냥 픽픽 쓰러져 죽는 것이었다.

 

지금도 그때 열받은 생각을 하면..

이후로 난 송작가의 안티가 될 뻔 했다.

 

하지만

음악만은 정말 대단했었다.

메인타이틀을 듣기만 해도 가슴이 벅차오를 정도였다.

그 외의 다른 음악들도 정말 주옥 같았다.

 

김종학 피디가 만든 작품은 대개 음악들이 좋다.

 

최경식이란 작곡가와 손을 잡는데,

그렇다고 그 사람이 전부 창작을 하는 건 아니다.

대개는 기존의 음악들을 가져다가 편곡을 한다.

 

모래시계에서 가장 아름다운 음악 중 하나인

 

혜린의 테마도

실은, 파가니니의 바이올린 곡이다.

 

백야 3.98도 음악이 무척 아름다왔지만,

역시 창작곡은 별로 없다.

 

대망의 OST들이 갑자기 듣고 싶어진다.

벅스나 뒤져봐야겠다.

 

전에 분명 OST를 소장하고 있었는데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