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궁

궁 17부- 황태자부부의 닭살 행각과 경계경보

모놀로그 2011. 2. 18. 16:11

 

궁의 후반부는,

 

기껏 청소년이지만,

황족 내지 귀족 계층 젊은이들의

특별한 세계가 펼쳐진다.

 

 

율군의 초대에 응해 길을 떠나는 채경은,

굳이 자기가 운전하겠다고 박박 우기는데,

 

운전이라면 자신없는 나는

그녀의 용기를 째려준다.

 

아무튼 이때

신군은 정말 너무했다.

 

'난 황태자라서 목숨이 소중하거든?'

 

이럼서 운전이 서툰 마누라를 냅두고

자기 목숨만 보전하려고

돌아서다니..ㅠㅠ

 

죽으려면 너 혼자 죽어~!

라는 마인드인건지

 

채경이라면 해낼거야~!

 라는 내심의 신뢰인지 모르지만

 

'야~!차라리 죽으려면 같이 죽자~!'

라고 해줘야 하는 거 아니냐고.

 

율군 좀 보라고;;

채경이 호위하느라 *줄 빠지잖냐고

 

그러니

 

신군~!

율군을 당해내겠냐고~!

 

황태자자리에 미련 없는 건 좋은데,

사랑하는 나의 신부는 지켜야하는 거 아니냐고~!

 

 

궁의 귀족계급 자제들의 놀이터는,

꽃남에 비하면 스케일이 작다.

 

하지만, 황족인 율군이 주최하는 파티라는 점에서

난 오히려 조촐한 편이 낫다는 생각이 든다.

 

원래 황족들은 그렇게 호화롭지 않다.

고상하면서도 조촐한 것이 훨씬 리얼리티가 있다.

 

로마시대나 중국 청나라 시대도 아니고,

너무 스케일 크고 호화로우면

저항감이 든다.

 

만일 재벌 자제들이라면 차라리 질퍽하게 놀 수도 있지만,

황실의 팬션이라면

궁의 별장 정도가 제격이라는 생각이다.

 

하여튼 그 팬션에 젊은이들이 도착하고,

로비에서

방을 쓰는 문제를 두고 신경전이 벌어지는데,

물론 신군과 율군 사이에 보이지 않게 벌어지는 신경전이다.

 

율군에겐 효린이라는 보이지 않는 지원군이 있지만

별로 힘이 안된다.

 

신군은 나의 신부, 나의 사랑 채경부터가 강적이 되면서

진영이 외로와지려 할 때,

 

 율군의 마음은 꿈에도 모르는 친구들이 밀어주는 덕분에

순식간에 상황이 역전되어 승리를 쟁취한다.

역전승이 되겠다.

그것도 9회말 투아웃 만루 상황에서 말이다.

 

솔직히 라이벌 앞에서

 

채경이는 내 아내야~!

 

라고 과시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서 기분 나쁠 건 없다.

신군도 남자니까

남자들 특유의 유치함은 있는거지.

 

 

'하여튼 여자란...'

하고 걸핏하면 남자들이 잘난 체 하듯이,

 

우리네 여자들도

 

'하여튼 남자들이란..'

하고 고개를 내젖는단 말이다.

 

보란듯이

채경의 손을 잡아채서 율군 앞에서 단 둘만의 공간으로 이동하는

신군의 모습에선

어쩔 수 없는 승리감이 물씬 풍긴단 말이다.

 

그리고,

그걸 지켜보는 율군에게선

패배감보단 독기가 풍기니

 더더욱 난 두렵다

 

 

아무튼 이 어린 부부는 여러가지 행각들을 한꺼번에 보여주어

날 즐겁게 하는데,

 

일례로,

 

그 대단한 신군이 채경의 고함 소리 한 방에

찍소리 못하고

품위없이 입을 크게 벌리고 상추를 먹어야하는

크나큰 희생을 감수함으로써

엄처시하에서 근근히 살아가는 듯한 남편의 모습을 보여주어

만인을 놀라게 하고, 더불어

효린을 패배감에 허우적거리게 하더니,

 

이번엔,채경이가

남자는 여자하기 나름~!이라는 명언을 날려서

율군의 심기를 건드린다.

아마 심기를 건드림과 동시에, 위기 의식도 느꼈으리라.

 

아무래도

신군이 채경이를 정말 좋아하는구나

라고 느꼈을 것이다.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그걸 채경이 모르게 해야한다고도

다짐했을 것이다.

 

씁쓸하면서도 단호한 그의 표정은

그렇게 다짐하며 자기 자신을 독려하는 게

보인다.

흐미..무셔;;;

 

 

또한

사진 찍으러 가자는 신군의 제안에 망설이는 듯 한 채경에게

눈 한번 부라리는 걸로 즉각 항복을 받아냄으로써

신군은 율군 앞에서 남편의 위세를 떨치기도 한다.

 

신군은 율군을 전의에 불타게 하지만

(그들은 지금 뻔히 서로의 수를 읽으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으니)

 

채경의 순진무구한 행동은

율군을 눈물짖게 한다.

 

신군과 채경이 서로 사랑을 확인하면

자신이 설 자리는 없다.

 

 

 

 

이렇게,

 

신군과 채경이 나날이 정이 두터워지는

부부의 모습을 낱낱이 만인 앞에서 과시할 때,

 

과연 효린과 율군이

순순히 그 모습에 백기를 들 것인가~!!

 

아니다.

 

효린은 이미.

자신은 여전히 신군을 포기하지 않았음을 채경에게 선포하였고,

 

(집착을 버리겠다고 신군 앞에선 연극했지만)

 

율군은 애초에 채경을 포획하는 것이

생파의 가장 큰 목적이다.

 

황제자리를 두고

혜정전이 벌이는 갖가지 행각에

속수무첵이듯

 

신군과 채경이라는 두 존재를 두고 벌이는

 

효린과 율군의 야심찬 욕망도

진행 중이니

 

그저 첩첩산중이로다~!

 

어른들의 세계나,

아직은 젊고 순수한 청소년의 세계나

 

어찌 그리

순탄치 않단 말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