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 최고의 키쓰신을 연기하는 배우
웬만한 드라마(영화는 물론이고)에 빠지지 않는 게
키쓰신이다.
요즘의 키쓰신은 쌍팔년도처럼
분위기만 잡다가 입술이 닿으려는 찰나,
화면이 바뀌는 것도 아니다.
나도 웬만한 배우들의 키쓰신은 볼만큼 봤다.
포르노나 에로 영화가 아닌 담에야,
영화나 드라마에서의 키쓰신은,
상징적인 의미가 좀 내포되어 있다.
그래서,
대개는 키쓰신 자체에 영상미를 많이 추구하는 편이다.
어떻게하면 아름다운 키쓰신을 만들어낼 것이냐!
이건 생각보다 어렵다는 걸 알겠다.
영상미라는 건 우선 그림이 나와야한다는 걸 의미한다.
그리고 거기에 연기력이 필요하다.
내용이 빠진 영상미는 달력의 그림처럼 무의미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영상미와 연기력만으로 안되는 게 있으니
분위기이다.
이 분위기라는 게 생각처럼 쉽지가 않다.
그 증거로
온갖 드라마에서, 온갖 배우들,그것도 한 미모하고, 한 분위기하며
한 섹쉬한다는, 날고 기는 한국 최고의 배우들의 키쓰신을
보면, 대개가 달력의 그림 같다.
이상할 정도로 비슷비슷하고,
그걸 찍는 카메라나, 그걸 연출하는 감독이나, 그걸 연기하는 배우나
어쩌면 그렇게도 한결같은지 신기할 정도이다.
우리나라에서 내노라하는 배우들이 연기한 키쓰신 중에
내가 감탄한 키쓰신은 미안하지만 네버 없다.
그래서 난 키쓰신은 영상미와, 연기력만으로 되는 건 아니구나!
라는 걸 깨달았다.
이유가 뭘까..
뭐가 부족한 걸까?
아니 뭐가 더 있어야하는걸까?
일단은 분위기라는 걸론을 내렸다.
그런데, 분위기로도 죽여주는 배우들이 막상 키쓰신을 하면
영 그림이 안나오는 이유는 뭘까?
내가 지금까지 본 중 그래도 키쓰신을 제법 하는 배우로
이병헌이 있다.
이병헌은 그래도 다른 배우들에 비하면
꽤 멋있고 분위기 있는 키쓰신을 만들어낼 줄 안다.
그 이유는 그가 워낙 섹시한 배우이기도 하고,
연기력도 되고,
얼굴도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여주와의 의미 있는 첫키쓰신보다는
올인에서의 유민과의 러브씬이나,
해바라기에서 키쓰신,
혹은 바람의 아들에서 김희선과의 키쓰신처럼
자신의 심적인 고통 내지 갈등을 표현하는 키쓰신을 더 잘 해낸다.
그럴 때의 눈빛이나 표정은 정말 일품이다.
그 키쓰신만으로 그의 심리 상태를 기막히게 표현해내는 재주가 있다.
그걸로 봐서 키쓰신은 단지 키쓰신 이상의 의미가 있을 때
더욱 멋지다는 걸 알 수가 있다.
하지만 이병헌의 키쓰신은 어떤 의미에선 너무 진한 분위기를 풍긴다.
청순한 느낌이 부족하다.
너무 원숙한 느낌이랄까??
그런데,
키쓰신을 기막히게 잘 해내는 배우가 있으니,
그가 바로 주지훈이다.
그의 키쓰신은 그림도 멋지고 분위기도 있으며, 보는 사람까지 그 분위기에 휩쓸리게 만드는
강렬한 흡입력도 있다.
그런데 거기에 젊음의 향기만이 줄 수 있는 청순한 욕정까지 가미되어 있다.
이건 쉬운 일이 아닐 것이다.
왜냐면 그는 궁을 찍을 때만 해도 신인이었으니까.
그야말로 첫 작품이나 다를 바 없는데,
그가 궁에서 연출한 몇번의 키쓰신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그림도 되고, 분위기 죽여주고, 흡입력도 된다.
하지만 그가 다른 배우와 다른 점이 있으니
물 흐르듯한 유연함이다.
바로 이게 핵심인데,
제아무리 연기 경력 오래고, 연륜도 있는 배우들에게
부족한 게 있으니 바로 유연함이다.
키친에서의 그 기나긴 키쓰신을 보라.
그는 마치 춤을 추는 것처럼,
음율을 타는 것처럼 키스씬을 연출한다.
그 유연함은 내가 그 어느 배우에게서도 본 적이 없다.
그리고 그 유연함이 내가 그의 키쓰신을 최고로 치는 이유이다.
이상하게도 대개의 배우들이 연기하는 키스신은
딱딱하거나 뻣뻣하기 때문이다.
그야말로 키쓰신 찍는다는 걸 의식하는 키쓰신이다,
하지만 주지훈의 키쓰신은 좀 다르다.
그는 지금까지 내가 본 중
최고로 아름다운 키쓰신을 연기한 배우이다.
왜냐면 내가 미처 그럴수도 있구나 라는 걸 알지 못했던 것까지
그는 보여주었기 때문이다.
바로 키쓰신은 단지 영상이나 연기가 아니라
음률이기도 하다는 걸 느끼게 해준 유일한 배우였던 것이다.
그의 키쓰신을 보는 건
기막힌 음악 하나를 듣는 것처럼 전율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