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15부- 혜정전과 황제 폐하
혜정전이 대체 어찌하여, 부군인 황태자가 죽자
그 아들과 함께 황실에서 내쫓겼는지,
그냥 내쫓기는 정도가 아니라,
외국까지 유배를 가야했는지에 대한 설명이
15부에야 나온다.
선황이 직접 며느리와 손자를 내쫓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이유는 며느리가 두 아들 사이를 오가며
꼬리를 쳤다는 사실을 들켰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영화배우 출신이란다.
그러고보면, 선황은 상당히 진보적인 인물이었던 것 같다.
황태자비를 영화배우 출신을 맞이하고,
또한 서민 친구와 사돈을 맺기로 약속을 하는 등
그렇게 답답하고 전통과 법도만 고집하는 인물은 아니었던 것이다
또한 율군의 생부인 효열 황태자도
강한 황실 운운하며,
야심찬 미래를 꿈꾸고 있었다는 점에서 만만치 않은 인물이었다.
그런 어미에 그런 아비의 아들이니,
율군이 만만한 인물이 아닌가보다.
오히려 현 황제가 황제의 그릇에 미치지 못한다.
그러니 얼결에 황위에 오른 후에도
늘 황실 존폐 여론이나 걱정하며
노심초사, 아들만 들들 볶는다.
아무튼 혜정전은 어찌보면 궁이라는 드라마 안에서
벌어지고 있는 비극의 중심 인물이다.
아들의 운명도, 신군의 운명도
그녀로 인해 결정되었고,
원치 않는 방향으로 키를 틀게 만들었으며,
황후의 결혼 생활을 엉망으로 만든 연적이기까지 하니 말이다.
또한, 아무도 진실을 아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기화로
억울하게 내쳐진 황태자비의 슬픔을 억누르며,
모든 걸 그저 운명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듯 가련한 모습으로
되돌아와 여기저기 들쑤시고 다니고 있으니,
그녀가 괴롭히는 인물들이
다름 아닌 청소년들이고,
그녀가 이용하려는 것이
그 청소년들의 순수한 아픔이라는 것이
역겹지 아니한가!
궁의 실제 주인공은
혜정전이 아닌가 가끔 생각해본다.
모든 갈등의 근원이 혜정전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혜정전이라는 여자는 두 왕자 사이를 오가며
황실을 욕되게 했음에도
전혀 거기에 대해선 가책이 없을 뿐 아니라.
오히려 자기가 원한에 사무쳐 있다.
당시의 궁을 지배하던
그 법도에 목을 매는 엄한 분위기에 비추어,
혜정궁은 참 어찌보면
진보적이기까지 하다.
그 진보적인 여자가
뭐 그렇게 권력도 없는
황제 자리에 미련을 버리지 못하는지 그것도 신기한 일이다.
이름 뿐인 황제,
인형처럼
높은 자리에 앉아서
늘 좌불안석하며
스스로의 정체성에
확신을 가지지 못하는
아니
가질 수 없는
21세기의 황제가 뭐 그리 탐난단 말인가~!!
하여튼 그 황태후께선
귀하신 아드님 율군이
얻어터진 것에 펄펄 뛰지만,
(마치 유치원생들 엄마가 두들겨팬 아이 엄마를 찾아가 따지는 듯한
장면이라 웃음이..)
동시에
그 사진을 당장 이용해먹으려고
궁리한다.
혜정전이란 여자는 참
악역치곤 유치하고 단세포적이다.
그 여자의 계획이라는 것이,
그때까지 쌓아온
황태자의 좋은 이미지를 아작내서
그에겐 그럴만한 자질이 없다는 걸
조금씩 주입시키고,
또한
왕년의 애인이었던 심약한 폐하를 살살 꼬셔서
어떻게든
황태자를 폐위시키고
자신의 아들로 하여금
그 자리에 오르게 하려는 것이다.
그래서
주구장창 이용해먹는 게
태국의 사진이었는데,
이제
자신의 아들이 얻어맞는 사진까지
인터넷에 퍼뜨리며 좋아한다.
물론,
그 사진으로 신군의 이미지를 구길 순 있지만,
자기 아들의 체면은 또 뭐가 되며,
황실의 체통은 뭐가 된단 말인가~!
난 그런 생각없고 단순한 악역은 질색이다.
별로 무섭지가 않고, 지겨우니까.
그런데,
그 사진으로 인해
제일 펄펄 뛰고
난리를 치는 사람은
다름 아닌 신군의 아버지 황제 폐하이시다.
그 폐하는 또 어찌 그리 단순한가~!!
지적으로 나오건만,
내가 보기엔
그냥 책을 좋아한다 뿐이지 전혀 지적이지 않다.
사고 능력도 없어 보인다.
그에겐 사람보는 눈이 없다.
그래서 눈물의 여왕처럼 구는 혜정전에겐 넘어가고,
자신의 황후나 아들의 아픔은
전혀 보지 못하는 것이다.
그에겐 신군이 미덥지 못하고, 반항이나 하는 소인배로 보인다.
그는 입체적 사고를 할 능력이 없다.
그리고
신군은 그렇게 자신을 믿어주지 않는 아버지~!
자신을 나쁘게만 보는 아버지,
자신을 알아주지 않는 아버지가 원망스럽다.
그는 변명하거나 설명하는 성격이 아니다.
그는 자신의 아버지가
자신의 행위에 대한 원인이 아니라,
그 결과에만 연연하는게 야속하다.
다름아닌
부모가 아닌가~!
그런데 자식에게 대해서
그토록 아는 게 없다는 건
참 자식으로선 서러운 일이다.
그럼에도 신군은
태자비가 개입된 것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처음으로 품게되는 폐하에게 단호하게 부인한다.
그것은 신군의 깊은 성정을 느끼게 해준다.
물론,
그가 부인하는 것으로 지켜주는 건
그의 아내지만,
동시에 율군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의 진심은
그 누구에게도 통하지 않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