궁 3부- 황태자의 혼례 장면
궁의 여러가지 멋진 장면 중에서도
손꼽을 만한 황태자의 혼례 장면을 난 참 좋아한다.
얼핏, 느릿하고 지나칠 정도로 디테일한 묘사에
지루함을 느낄수도 있지만,
다시 생각하면 어디 가서 그런 장면을 또 보겠는가?
비록 21세기라 하지만,
전통 국혼에 의거한 황태자 이신의 혼례 장면은
우리가 쉽게 접하기 힘든 왕실의 혼례를 아주 자세하게 볼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이다.
또한, 그것이 조선시대가 아닌,
바로 21세기에 벌어지는 일이라는 점에서
그야말로 과거와 현대의 절묘한 만남이다.
또한 매 장면의 완성도가 놀랍다.
혼례 시작부터 친영례, 그리고 마치
영국 왕실의 촬스 황태자가 혼례하던 장면을
코스프레한 듯,
궁으로 들어가는 행렬 장면들이
너무나 디테일하면서도 웅장하고 리얼리티가 있다.
게다가,
엄숙하기 그지 없는 의식과 병행해서,
황태자와 황태자비 이전에
19세의 청소년들인 그들이 벌이는 신경전도 재미를 더해준다.
어른들의 세계의 외형적인 화려함과 무게감,
젊은이들의 가벼움과 그들만의 세계가
공존한다.
더더우기 황태자 이신은,
황족으로서, 황태자로써 더없이 충실하게 그 의식을 거행하면서도
한편으론 평범한 19세 소년이 그런 어른들의 겉만 번지르르한 의식에
냉소적인 태도를 취하며 마치 스스로가 주체가 아닌,
일개 구경꾼처럼 보이는 건,
마치 채경의 동생이 격식에 맞는 옷을 입고
티비 앞에서 생쇼를 벌이는,
젊은이들 특유의 기성 세대들의 겉치레를
비웃는 듯한 생쇼와 별 차이가 없다.
그리고, 그것은
황태자비가 된 채경이 문무백관과 대면하는
엄숙함의 극치에서 엉뚱한 해프닝으로 대미를 장식하는 것에서
절정을 이룬다.
결국, 황태자의 전국민적인 관심이 쏠린 혼례는
그렇게 막을 내리고 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