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6부-데메테르와 파랑봉투
야후 블로그 시절
어떤 분이 내게 주신 화두에 대한 나의 의견이다.
그분은 이런 댓글을 남기셨었다.
'승하가 해인이를 사건에 끌어들인 이유가
해인이 옳았음을 증명해주고 싶어서가 아닐까,
어린 시절의 초능력으로 인한 증언이 실체적 증거가
아니라는 이유로 무시당했으므로..'
승하는 해인에게
굳이 실체적 진실을 증명해줄 필요를
느끼지 못한다고 난 생각한다.
왜냐면
승하가 보기에
진실을 이미 알고 있는 유일한 사람이
해인이니까.
비록 초능력을 통해서지만
그녀만이 그 사건의 진실을 알고 있다고
승하는 생각하는 것이다.
그녀는 알고 있기만 할뿐 아니라
그것을 진술하기까지 한다.
물론 어린 아이의 황당한 초능력에 의한 목격을 아무도 믿어주진 않지만,
승하가 그런 이유로
난 널 믿어라고 굳이 말해줄 필요는 없다고 본다.
왜냐면 그는 그 말이 사실이 아니라도 믿을 수 밖에 없는
태훈의 가족이니까.
그 사건을 직접적으로나 간접적으로 목격한 사람은 두 명인데,
한 사람은 영철이고,
또 한 사람이 바로 해인이다.
영철은 나약해서 진실을 밝히지 못하고,
해인은 물론 실체적 사실이 아니라는 이유로
그녀의 증언은 무시된다.
하지만
승하는 이미
그 사건이 적어도 겉으로 드러난 것처럼
형이 먼저 칼을 휘두르지 않았다는 것과,
따라서 형이 가해자가 아니라는 것은
굳이 누가 설명해주거나
실체적 증거를 들어주지 않아도 알고 있다.
그는 태훈이란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
누구보다 잘 알테니까.
칼로 누굴 협박하거나
장난으로라도 찌르는 흉내를 낼 사람이 아닌 건 이미 알고 있다.
그리고
그것을 해인이란 꼬마가 초월적 능력으로 확인해준다.
그러나
그 사건 자체가 실체적 사실을 제시할 수 없는 성격을
띠고 있다.
사건 관계자들의 증언에 의하지 않고는
해결될 수가 없다.
그러나 그들은 모두 위증을 했다.
그래서 승하 또한 실체적 사실로 자신이 배후조종자임을
증명할 수 없는 방법으로 그들을 하나씩 응징해나가는 것이다.
여기서 잠깐
옆길로 새자면
어찌 보면
그들 두 목격자는
모두 실체적 사실은 볼 수 있었지만,
진실을 볼 수는 없었다.
어떤 의미에서
오수의 말처럼
진실을 알고 있는 건 태훈과 오수뿐이다.
사람은 눈으로 사물을 보지 않고,
마음으로 본다.
영철은 그 사건을 목격했지만
눈으로 보지 않았고,
피해의식과 편견에 가득찬 마음으로 보았다.
그리고
해인이 볼 수 있었던 건
그저 그 사건의 일부분일 뿐이다.
승하는 그 두 사람을 자신의 복수에 이용하는데
영철의 경우와 해인이 다른 점이 있다면,
그는 나약하고 비겁한 인간이기에
음지에서 이용하지만,
해인에겐
오수에게 그 사건의 이면에 무엇이 있는지
깨닫게 해달라고 애원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내가 사실과 진실이라는 글에서도 내 견해를 썼지만
사실과 진실은 다른 것이다.
정확히 말하면
오수가 태훈을 찔러서 죽은 것이 아니라,
태훈이 찔린 것이다.
뭔 소리냐~!
같은 거 아니냐고 하겠지만,
전혀 다르다.
사실로 보면 어쨌거나
오수는 태훈을 찔렀고
그래서 태훈은 죽었지만,
진실로 보면
오수는 찌르지 않았고, 찌를 생각도 없었으며
그냥 치기어린 행동을 보였을 뿐이고,
태훈이 스스로 그 칼에 찔린 것이다.
그러니
두 목격자도 실체적 진실에 접근할 수가 없고,
실체적 진실이라는 것 자체가
존재할 수 없는 사건인 것이다.
하지만 승하는
거기까진 생각이 미치기 힘들고,
또 가해자로 몰렸기 때문에
오수가 고의로 찔렀다는 의심을 떨칠 수가 없다.
만약에
가해자로 몰지 않고,
애초에 무릎꿇고 사과하면서
진실을 말했다면
믿어줬을수도 있는데
오수는 그 기회를 놓쳤다.
각설하고,
승하가 해인을 사건에 끌어들인 이유는
그가 그녀에게 보낸 타로카드와 그 봉투에서 명백하게 드러난다.
파랑색 봉투에 들어 있는 여제의 카드.
그 여제는 데메테르를 상징한다.
데메테르는 대지의 여신이고 자연을 지배하며 수확의 풍성함을,
따라서 생명력과 자연을 의미한다.
그러나
그 카드에서 중요한 건
데메테르보단
수선화이다.
수선화는 죽은 자의 목소리를 대변한다고 해인은 말한다.
거기서
승하가 해인을 끌어들인 이유가 아주 단순하게 드러난다.
초월적 능력으로
사건 현장의 진실,
즉 적어도 형쪽에서 협박을 하진 않았다는,
그러니까
태훈이 가해자는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는 유일한 인물인
해인에게
억울하게 죽은 걸로 모자라
가해자의 누명을 쓴 형의 죽음을 오수에게 일깨워달라고 애원하고 있다.
그리고 그 오수를 자기에게 보내달라고 말하고 있다.
그의 긍극적 목적은 오수가 자신을 찾아오는 것이다.
단지 편하게 오는 게 아니라
자시이 겪은 만큼의 고통을 겪으며 오는 것이다.
그리고 그럴 수 있는 능력을 해인이 가지고 있다는 것을
승하는 이미 알고 있고
그것을 이용하는 것이다.
승하는 말한다.
'카드 속 인물이 해인씨를 닮은 것 같아서요'
'여기에도 수선화가 있네?'
이 두 마디에 모든 것이 담겨 있다.
그리고 승하가 해인에게 보낸 카드는 파란색 봉투에 담겨 있었다.
파란색이 상징하는 여러가지 의미 속엔 진실도 들어있다.
세상에 대고 실체적으로 사건을 증명하는 것이 아니라
오로지 오수에게 그 사건을 일깨우는 것,
연속 살인의 배후에 뭐가 있는지 깨우치는 것,
그것이 그가 해인을 사건에 끌어들인 이유라고 본다.
그는 그 사건의 실체적 진실을 밝히는 입장은 버린지 오래고,
스스로 심판하기로 결심한 이후이기에
그리고
'나두 고마워'라는 말로
이미 그녀의 진술에 그로서는 실체적으로 그 진실을
인정했기에
굳이 그녀의 말이 옳았음을 증명해줄 필요는 없었을거라고 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