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마왕

마왕 3부- 성준표라는 인물

모놀로그 2011. 1. 26. 10:37

승하가 가장 용서할 수 없었던 인물은
어쩌면
법조인인 권현태 변호사와
정치인 강동현,
그리고
무엇보다
언론인 성준표가 아닌가 싶다.
왜냐면 그들은 사회의 엘리트 계층이며
지도층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그들은 힘을 지녔다.
그러나 그들은 그 힘을 자신들을 위해서 쓸 뿐 아니라
약자를 밟는 데 쓰기까지 한다.

16세 소년 정태성은
진실이 밝혀지면 모든 것을 바로 잡을 수 있다고 믿었다.
아니,
그렇게 믿고 싶었다.

사실 그 나이엔 세상은 완벽하게 보이고
지도층은 완전한 인물로 보이기 마련이다.

비록 사춘기에 들어서서 조금은
그런 확신이 깨지기 시작한 나이가 되었을망정,
그래도
세상은 정의롭고
이른바 지도층 인사들은 공정하고 정직하다고 믿고 싶었을 것이다.
그리고 진실이란 것의 힘을 믿었다.

그가 좌절한 것은
오수가 형을 죽였다는 사실보다

바로 그 힘을 가진 자들,
법조인과 정치인, 그리고 언론인이 힘을 합쳐서
자기 형을 가해자로 만드는 것으로
죽은 형을 한번 더 무참히 죽인 것이 아닐까 싶다.
또한 그것은 그들이 진실이란 것을 얼마든지
짓밝을 수 있는 존재들이란 사실을 깨달았던 것이다.

그리고 그들 뒤에 숨어버린
오수에 대한 증오는 더더욱 깊었을 것이다.

"고의든 사고든 당신은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무것도 한 것이 없습니다~!!"

라고 승하는 외친다.

하지만 오수 역시 17세 소년으로서
자기 의사와는 무관하게
힘을 가진 기득권 세력인 자신의 비호층 뒤에 숨을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비록 그가 그것을 원하지 않았을망정
그는 진실을 밝히기 위해 아무것도 하지 않았지만,
사실 17세 소년이
사무장 말대로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을 리도 없지만
설사 그런 용기를 낼 수 있었다해도
역시 그의 비호층은 그걸 있는 힘을 다해서 막았을 것이다.

어린 오수는 그래서 이해가 간다.
그리고 동정도 간다.

비호세력에 의해서 어거지로 자신의 죄를 공재적으로
뉘우칠 기회를 가지지 못한 오수도
당시엔 태성 가족 못지 않은 약자였으니까.

게다가 오수 입장에서만 보면
치기 어린 행동으로
거들먹거리다가 본의 아니게 친구를 죽게 한 그 마음이 오죽했으랴~!
근본적으로 질이 나쁜 아이가 아니었던 만큼
소년 오수의 절절한 슬픔과 뉘우침,
태훈에 대한 미안한 마음의 진정성이 알알히 느껴지기도 한다.

문제는 그 이후의 오수와
성인이 된 오수인데
일단 여기선 그 문제는 넘어가기로 하고,

나 역시 가장 가증스러운 인물이
언론인 성준표이다.

어쩌면
승하가 직접 그 죽음에 깊숙히 개입한 것도
그야말로 가장 용서받을 수 없는 인물이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여기서 인간에게 인간을 심판할 자격운운은 하지 말자.

성준표부터가
심판하려 했으니 말이다.

그는 자기는 고의가 아니었다고 부르짖는다.
고의가 아니었으니 잘못도 없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진실을 밝힐 의무 운운하며 다니는
명색이 기자라는 인간이
눈꼽만치도 자기 성찰도 없고,
지성인다운 사고도 하지 못한다.

그는 자기는 고의가 아니었지만
오수는 고의라고 말한다.

자기는 고의가 아니므로
피해 가족에게 사과할 필요가 없지만
오수는 살인자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그는 자기 또한 살인자라는 생각은 하지 못한다.

그의 무책임한 기사는
승하 말대로 또한번 피해 가족을 죽였으니까.

오수의 친구들은 어차피
밑바닥 인생들..
자기 성찰은 기대도 할 수 없는 건달들이다.

그러니 그들이야 그렇다치고

명색이 지성인요, 자기 입으로 버릇처럼 떠들어대는
진실을 밝힐 의무가 있다는 기자로서,
언론인으로서
전혀 뉘우침이 보이지 않을 뿐더러
오히려
당당하게
피해 가족이었던 승하 앞에서
미안하다는 말 한 마디 없이
거래를 하려고 했던 성준표~!

예로부터
언론처럼 무서운 건 없다.
지금도 언론은
하루 아침에 사람 하나를 죽였다 살렸다 할 수 있는
막강한 힘을 지녔고,
기자가 사심을 품고
그 힘을 휘두를 때
그 엄청난 파장을 생각하면

진실 운운 떠들고 다니면서
실은
가장 뻔뻔하고 파렴치한 인물이었던
성준표의 비참한 최후와
그럼에도 불구하고 승하는 그에게도
기회를 주었음에도
여전히
사태 파악을 못하고 결국은
타락한 세력에 또다시 무릎을 꿇고 마는
성준표는
참으로 씁쓸한 인간상이며,

언론이 타락할 때
법과 정치가 타락하는 것보다
더 무섭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왜냐면
타락한 정치세력과 결탁한 사이비 법조인을
사회적으로 매장시킬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
바로 언론이기 때문이다.

그 언론이
오히려 그들과 타협할 때
어떤 일이 벌어지는 지
우리는 이미 싫도록 경험했기에,

성준표의 행위는 더더욱 개인적으로 치가 떨리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