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지훈/주지훈

주지훈-주주앙'사랑으로 죽네'와 연기세계

모놀로그 2011. 1. 11. 02:32

내가 현재 이 블로그에 올리고 있는

돈주앙의 dvd 원판을 들어보면,

 

그 돈주앙 역의 배우는 정말 노래를 잘한다.

물흐르듯 유연하게, 거침없이, 흠잡을 데 없이 잘한다.

 

그래서 듣고 있으면 굉장히 편안하다.

 

그게 라이브인지, 아니면,

dvd를 위한 공연인지는 잘 모르겠다.

 

만일 녹음한 거라면

최고로 잘한 것만 편집했을테니 더욱 완벽할 것이다.

 

유명 피아니스트들의 연주곡집의 비밀을 아는가?

 

그들은 그 연주를 녹음할 때

미스가 나는 부분은 편집해서

 

최고의 연주로 만들어서 음반으로 만들어낸다.

 

아마 그게

라이브와 녹음의 차이점일 것이다.

 

라이브는 생생한 대신에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대신에

녹음으로는 느낄 수 없는 현장감과

실체감을 흠뻑 맛볼 수 있다.

 

녹음은 실수가 없다.

완벽하다고 할 수 있다.

 

그래서 편안하게 감상할 수 있지만,

라이브의 감동은 덜한 편이다.

 

뭐 각각 장단점이 있으리라.

 

난 라이브는 별로 좋아하지 않았었다.

특히 좋아했던 롹은 스튜디오 녹음을 더 선호했다.

 

그들은 라이브에선 그야말로 내가 알고 있는 그 노래를

전혀 다르게 부르기 때문에

그것이 싫었던 것이다.

 

그러나 나이가 들면서

라이브에서만 느낄 수 있는 현장감과,

정형화된 노래를

그 순간의 정서와 감성에 따라 미칠 듯이

불러대는 맛을 이해할 수 있었다.

 

라이브를 하면

대개는 제정신이 아닐 것이다.

 

스튜디오에서 녹음을 하다가,

잘 안되면 좀 쉬다가

놀다가,먹다가, 마시다가

 

이러면서 완벽한 곳만 편집해서 들려주는 것과,

 

현장에서 그 분위기에 휩쓸려 광란 상태에 빠져서

불러대는 노래가 같을 순 없다.

 

그래서

돈주앙의 원판은 정말 노래를 다들 잘 하지만,

감동이 없다.

 

 

돈주앙하면 최고의 넘버가

바로

클라이막스이자, 파국에서 절절하게 참회하며 부르는

 

'사랑으로 죽다'

 

일 것이다.

 

그리고 바로 이 노래에서

가수들의 역량이 평가된다.

 

왜냐면

다른 노래들과는 달리,

 

이 노래에는 연기가 들어가기 때문이다.

즉,

돈주앙이라는 인물의 내면이 처음으로

표현되는데, 그것이 죽음으로 이어지기에,

 

뮤지컬 가수로서와 동시에

배우로서의 감성도 필요해진다.

 

그리고,

 

원판 돈주앙의 '사랑으로 죽다'에 없는 것이

주주앙의 '사랑으로 죽다'에 있는 것이다.

 

극 내내 주주앙이 프로 뮤지컬 가수들에게 밀렸을지 모르나,

 

그 누구도 주주앙의

'사랑으로 죽다'를 능가할 수 없다는 게 나의 판단이다.

 

난 처음 주주앙의 '사랑으로 죽다'를 듣는 순간,

그야말로 번개를 맞은 듯 전율에 몸을 떨었다.

 

그건 그 어떤 최고의 명 가수들도 부를 수 없는,

주지훈만의 노래였으니까.

 

테크닉이나, 가창력이 필요한 부분이 아니라

한 인간의 영혼에서 터져 나오는 미칠 듯한 회환의 절규가

필요한 노래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 노래는 주주앙을 따를 가수가 없는 것이다.

 

왜냐면

주주앙의

'사랑으로 죽다'

는 주지훈의 연기 세계를 그대로 표현하고 있기 때문이다.

 

주주앙의 넘버를 죽 들어보면,

 

사랑으로 죽다

 

를 능가하는 노래는 없다.

 

그 노래에서 갑자기 주지훈은

거인처럼 자기가 가진, 다른 배우에겐 없는

그만의 특별한 연기세계를 폭발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난 그가 부르는 그 노래를 뻣속까지 이해한다.

왜냐면

그것이 내가 주지훈을 좋아하는 이유이고,

내가 그의 연기를 이해하는 이유이며,

 

그래서 내가 그의 모든 작품에서 단 한번도 그에게 실망하지 않은 이유이며,

그를 지금까지 사랑하고, 그를 기다리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그는 연기할 때,

영혼으로 연기한다.

 

그래서 테크닉의 부족함을 잊게 만든다.

 

내 일찌기

 

잘하는 연기와, 감동을 주는 연기에 대해서 말한 바 있지만,

 

그것이 주지훈 연기세계의 본질이다.

 

그의 연기는 잘하는 연기라기보다, 감동을 주는 연기인 것이다.

 

그리고 주주앙의

 

'사랑으로 죽다'

 

는 잘부르는 노래가 아니라 감동을 주는 노래이다.

 

그래서,

난 주주앙의

사랑으로 죽다를 들을 때마다

 

주지훈이란 배우의 가장 본질과 만나는 느낌을 받는다.

 

그 노래는 다른 가수들은 아주 잘 부를 것이다.

원판의 가수도 잘 불렀으니까.

그러나 그게 전부이다.

잘 부른다. 그게 끝이다.

 

하지만,

주지훈처럼 온몸을 내던져, 그의 영혼으로 노래하며

그래서 감동을 주는 노래는 아닌 것이다.

 

내가 주지훈을 사랑하는 이유는,

그는 그렇게 끝없이 샘솟는 열정으로

늘 새롭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잘하는 연기는 널렸지만,

감동을 주는 연기는 드물다.

 

잘하는 노래도 널렸지만,

감동을 주는 노래는 찾기 힘들다.

 

멋진 배우는 많지만,

 

주지훈은 단 하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