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제(Taize)의 키리에(Kyrie)
어느날, 난 카톨릭 방송을 틀어놓고 잠이 들었다가
문득 꺠었다.
내가 왜 깨었는지 생각해보니,
그때 방송이 끝난 티비가 틀어져 있고,
방송은 끝났지만 성화와 함께 음악이 흘러나오고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 음악은 말로는 할 수 없이
내 심금을 울리고
영혼 밑바닥을 뒤흔들었다.
난 그 음악이 뭔지 알고 싶었지만
정규 방송이 끝난 후에 흘러나오는 음악을 내가 어찌 알 것인가..ㅠㅠ
그런데
참 이상한 게
몹시도 궁금한 것이 있는데,
그것을 알 길이 없어 포기하고 있다보면
어느날 갑자기 그 답이 주어진다는 것이다
내가 들었던 그 음악은
키리에였다.
하지만 세상엔 무수한 키리에가 있다.
내가 들은 키리에는
유명 작곡가의 키리에와는 좀 달랐다.
그보다 더 고전적이면서
더 깊고 더 간절하면서
기막힌 아름다움이 있었다.
그건 청정한 아름다움, 본질적인 아름다움이라
영혼의 동굴 안으로 울려퍼진다.
그것은 바로
테제(Taize)의 키리에(Kyrie)였다는 사실을
후에야 알게 된 것이다.
난 한때
성당의 성가대에서 소프라노, 테너, 베이스를 대표하는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작은 음악단의 반주를 맡은 적이 있다.
우리 성가단은
토요 미사의 성가를 맡았고,
때로는 원정나가서 미사 성가를 불러주기도 했다.
가장 인상적인 건
벽제의 애덕의 집에서 성탄미사를 봉헌하던 기억이다.
우리는 중창 성가대였지만
워낙에 실력이 출중한 사람들이 모여 만든 만큼
그 소리는 웬만한 성가대와 맘먹었다.
그래서 한떄 굉장한 인기를 얻었고,
여기저기 성당이나, 주요 행사때마다 초청되어 가곤 했다.
애덕의 집에서 바친 성탄 미사와 명동 성당에서의 무슨 행사에서 연주한 것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그 외에도 무수한 원정 미사를 봉헌하며
음악 활동을 하였다.
그때
난 처음 테제라는 음악에 대해서 들었다.
우리 성가단의 테너와 난 처음엔 사이가 좋지 않았다.
하지만 드라마에서 흔히 보듯 처음부터 티격태격 거칠게 서로를 대하다보니
결국 무지하게 친해졌다.
그에게 난 테제를 알게 되었고,
곧바로 난 갖은 노력끝에 테제의 모든 음악을 구할 수가 있었다.
물론...어둠의 경로로..ㅋㅋ
테제는 씨디를 산다해도
전곡을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는데
난 기막히게도 전곡을 그것도
APE 파일로 말이다.
그것을 모조리 씨디로 구워서 지금도 소중하게 보관하고
틈틈이 듣고 있다.
테제 공동체의 수사와 수녀님들이 부르는 이 음악은
과연 사람이 이런 소리를 낼 수 있을까 싶을 정도로
이슬만 먹고 사는게 아닌가 의심스럽게
천상의 소리를 낸다.
가끔은 전율스러울 정도이다.
테제의 키리에는 이 음악이 대표적인데,
버전은 다양하다.
이 음악은 소프라노가 주를 이루지만,
테너와 베이스, 소프라노, 알토가 고르게
기도문을 외는 키리에가 가장 좋다.
내가 처음 들었던 음악도 그것이다.
하지만
테제의 키리에는
어떤 버전이던 다 좋다.
정말 아름답다..
아름다운 건 슬프다..
너무 아름다우면 슬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