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왕 10부-성준표의 옛기사
성준표는 택배를 받는다.
그 택배 상자 속에는
타로 카드와 옛 기사가 들어 있었다.
그 기사는
태훈 사건에 관해서 성준표가 직접 쓴 기사이다.
그는 그 기사를 들고
자기 삼촌이라는 작자를 찾아간다.
그 삼촌은 태훈 사건이 일어난 학교의 이사장이라나 뭐라나..
둘은 거기서 언쟁을 벌이는데,
내가 가장 열받은 장면은 차라리 그런 장면이다.
성준표는 늘 주장한다.
'진실을 알아내는 것은 기자의 임무입니다."
이건, 해인을 미행하다가
승하에게 들키자, 그야말로 닳아빠진 기자답게
능글능글하게 나오면서
승하에게 던진 말이다.
맞는 말이다.
기자의 임무는 진실을 캐서, 그것을 세상에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그 진실이 어떤 계층에 한정되선 안된다.
꼭 약자 편에 서라는 건 아니다.
약자라고해서 다 옳바른 것은 아니고,
가진 자라고 해서 다 틀린 것은 아니니까.
그래서
진실이라는 것을 제대로 알아내어 우리에게 전달해주는
매개체가 필요하고,
그게 언론이며,
언론이라는 것을 통해서 우리에게 진실을 전달해주는
인간들이 기자이다.
그런데,
성준표의 진실은 과연 공정한가~!
아니다.
그의 진실은 상당히 편의주의적이다.
자기 자신에 대한 진실이 따로 있고,
가진 자에 대한 진실이 따로 있으며,
자기가 호기심을 느끼는 사건에 대한 진실이 따로 있고,
진실을 캐는 목적도 따로 있다.
그가 굳이 그 사건을 캐고 다니는 이유가
과연 진실을 캐서 그것을 만천하에 알리고,
억울한 자들의 사연을 해결해주려는 걸까?
아니다.
그는 그 사건을 자기의 개인적 원한에 이용하기 위해
진실을 캐고 다니는 것이다.
그렇듯,
자기 편한대로 진실이라는 이름을 함부로 떠들고 다니는
성준표는,
과거에
그 사건에 대해서도 단지
이사장이라는,
사건이 일어난 학교와 아주 밀접한 고위관계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썼던 것이다.
얼마나 어처구니 없는 일인가~!
그런데,
문제는
그런 일이 지금도 벌어지지 않는다고 할 수 있냔 말이다.
기자들이 정말 진실이라는 것에
겸허하게 알몸으로 맞서고 있냔 말이다.
사심 없이 사건의 진실을 기자로서의 이름을 걸고
세상에 알릴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아니, 용기가 아니라
너무나 당연한 사명감을 가진 기자, 내지 언론인이
몇이나 될까?
학교에서 한 소년이 피살되었다.
그 소년은 가난하고 힘없는 집안 출신이다.
그리고
그 사건에 연루된 강오수는 4선 의원의 아들이다.
뒤엔 최고의 법조인이 버티고 있고,
아버지의 막강한 권력과 부가 있다.
게다가 이사장이면, 당연히 강의원과는 밀접했으리라.
진실에 대해서 그토록 떠들고 다닐 정도의 성준표라면
당연히
그 이사장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쓴다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런데,
성준표는 그 일에 대해선 새까맣게 앚고 있다가
택배를 받고 나서야 이사장을 찾아가서 따진다.
전 그저 작은 아버지의 말대로 썼을 뿐입니다~!
라고 항변하니 얼마나 웃기는 일인가!
아니, 성준표는 명색이 기자라면서,
우리나라의 현실을 그토록 모르는 청정무구한 인물인가?
학교 이사장이라면 그 학교와 가장 이해관계가 가까운 지점에 있는
인물인데,
그 사람의 말만 듣고,
정태훈 측과는 전혀 접촉해보지도 않고
기사를 쓸 정도로 순진한가?
우리나라 기득권 세력이 그토록 명예롭고 정직하다고
진정 믿고 그 이해 관계자의 말만 듣고 기사를 쓰냔 말이다.
그래놓고는 막상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찾아가서 따지는 꼴이라니..
아무튼,
그가 받은 카드는 처음으로
'죽음'
이 등장한다.
정태훈 일가의 몰락에 가장 지대한 공헌(?)을 한 인물인
성준표 기자에게 보내진 타로 카드에
처음으로
노골적으로
'죽음'이 암시되어 있다는 건
참으로 흥미로운 일이다.
언론은 한 사람을 죽일 수 있을만큼 막강하다.
그런 성준표에게
다른 사람들과는 달리
반성하지 않으면
죽음이라는 응징이 기다리고 있다고
경고하는 카드가 보내진 것은
의미심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