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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보다 깊은 잠

모놀로그 2010. 6. 10. 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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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날
오전에 수녀님 전화를 받았다.

장례미사가 있는데
반주자가 없어서
부탁한다는 것이다.

더이상 하느님과의 소통이 안되서
냉담 중인데
이것을
'영혼의 밤'이라고 한단다.

영혼의 밤?

길기도 하구나.
밤은 낮을 위해 있는 거지.

영혼의 밤은 밝은 태양을 맞이 하기 위해서
언제쯤 어둠의 장막을 거두려나?


그동안 이런저런 이유로
성당의 반주 부탁을 거절해왔고,
할 수 없는 상황의 연속이었는데다가
솔직히 별로 하고 싶지도 않았는데,

갑작스럽게 걸려온 전화에
매정하게 뿌리치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거절하기 위해서
거짓말을 할 수도 없어서

몸이 안좋은 상태에서
무리하게 간 것다.

몸도 안좋고

솔직히 카톨릭 장례미사 반주는 첨이었다.

아다시피

카톨릭 장례미사는

관을 본당 안에까지 들여놓고 드린다.

미사를 마치고 나오는데
검정 리무진 장의차가 성당 마당에 서 있었다.

그 검정 리무진 안에는
이제 생을 마감한 누군가가 깊은 잠을 자고 있을 것이다.

난 잠시 그 장의차를 바라보며,

문득
오래 전에 읽은 황순원의 단편을 떠올린다.

생명의 기운이 다해가는 늙은 남자가,
아내도 저세상으로 보낸지 오래이고,

조용한 여생을 보내는데
점점 삶보단 죽음에 가까와진다.
근데 그게 참 평화롭다.

가끔 찾아오는 손주들도 그다지 반갑지 않다.

그들이 뿜어내는 생기가 감당하기 힘들어진 것이다.

그 노인은 하는 일 없이 오가다가
동네 장의사에 한번 들르는 것은 계기로
틈만 나면 산책길에 그곳에 들러서
한동안 머물다가 가는 것이
습관이 되어간다.
관을 보면 웬지 편안해지는 것이다.
그래서 만져보기도 한다.

아마 황순원이 살던 시절,
그러니까
정말 오래 전엔
마을에 장의사가 있었기 때문에
소설 속에도 그런 귀절이 보이는 것이리라.
황순원이 이 세상에 속해 있던 시대는
지금과는 전혀 달랐을테니까.

나도 어렸을 땐
동네에서 장의사를 본 것 같다.
물론 지금은 사라진지 오래이다.
이제 장례 문화도 달라진 것이다.

어린 시절엔 어쩐지 그런 가게가 무서워서
그 앞을 지나치는 것도 싫어했던 기억이 어렴풋하다.

하여튼 어느날,
그 노인은 더이상
이 세상에 보이지 않게 된다.

그 노인은 평화롭게 깊은 잠이 든 것이다.

제목이 뭐였더라?

늙은 나비?

뭐 그런 거였다.


난 장의 리무진을 바라보면서
문득
이런 귀절을 떠올렸다.

죽음보다 깊은 잠...

이 말은

어디선가 읽은 것도 같고,
들은 것도 같은데,

웬지 마음에 남아서
가끔 떠올린다.

그리고
궁금해한다.
죽음보다 깊은 잠이란 어떤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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