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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놀로그/낙서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by 모놀로그 2022. 11. 11.

'너무 간절히 원하는 건 얻을 수 없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이 두 문장은 같은 맥락이다.

 

간절히 원하는 건 얻을 수 없다..라는 건, 아무리 원해도 이미 떠났음을 의미하고 그걸 대체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는 진리가 내포되어 있다.

하지만 그걸 마음속 깊숙히에선 알고 있음에도 인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단 한번의 기회를 이미 놓쳤음을 알면서도 그걸 인정할 수 없어서

내심 기대하고, 시간을 돌이키려고 기를 쓰다가 나가 떨어진다.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다

 

역시 그러하다.

 

간절히 원하는 건 이루어지지 않듯이

너무 간절히 원하는데 아픔이 따른다는 건 상대가 나를 원하지 않거나

나에게 올 수 없음을 알기 때문이다.

 

사랑은 그렇게 치열하고 아프지 않다.

'인간의 사랑의 본질'은 열정과 아픔과 욕망이 아니라

평화와 온유함과 은은한 기쁨이다.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허용한 사랑이다.

그걸 거역하기에 아프고 그렇게 아프다는 것 자체가 벌써 뭔가 잘못된 것이다.

 

대학 동창 중에 아이를 어처구니 없이 잃어버린 친구가 있다.그 아이는 내가 딱 두 번 보았다.

 

신혼 당시 아이를 낳고 울진으로 발령받은 친구의 집으로 여행겸 가서 며칠 묵었는데,

이상하게도 아이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내가

하다못해 친척 집에 가더라도그 집에 아기가 있으면 그 아기를 안고 있는 건 나 자신이다.

 

갓난아이 특유의 젓냄새를 풍기는 아기를 난 싫어하지 않는다.너무 무심해서, 너무 투명해서, 아직 영혼이 담기지 않아서

아무런 욕심이 없어서, 아직 미완성의 인간이라

맑고 검은 눈동자와, 흰자가 푸르스름하여 진귀한 아이의 눈을 들여다보면내 마음이 이상해진다.

 

암튼 그 집에 머무르는 동안, 난 그 아이를 내내 안고 있었다.

 

몇 년 후, 서울로 돌아온 친구집을 다시 찾았을 때그 아이는 4살인가? 아마 만 나이로는 그랬을 것이다.

 

난 태어나서 그런 아이를 첨 보았다.

영화에나 나올 것 같은 일종의 천재 타입의 아이였다.

물론, 진짜 천재는 본 적이 없으니 그냥 내 생각이다.

 

그만큼 어린 아기가 영악하거나 징그럽지 않게,아이 특유의 천진함과 맑음을 듬뿍 지닌채로

그렇게 특별하게 영리하고 말 한 마디 한 마디가 기발나고 사랑스러운 아이를 처음 보았다고하는 편이 좋겠다.

 

난 아기가 아닌 3살 이상의 아이에겐 관심을 완전히 잃어버리는 타입인데,

그 아이만큼은 정말 미치도록 사랑스럽고 신기해서 그 집에 있는 동안내내  아이와 놀았다.

 

그런데 특이한 건 아이 엄마인 내 친구의 아이를 대하는 태도였다.친구는 엄마의 사랑을 평생 받지 못하고 자랐다고 했다.

모성에 대한 심한 결핍이 그대로 그 친구를 역시나 모성이 매우 부족한 혹은 내재되었지만 표현할 줄 모르는 그런 엄마로 만든 것 같다.

 

친구는 자신의 아이가 얼마나 기막힌 보물인지 모르는 듯,

잘 키우면 정말 좋은 인간이 될 자질이 풍부한 천사같은 아이라는 걸 모르는 듯

수시로 눈을 흘기고, 야단을 치고,

다정한 말 한 마디를 아끼는 이상한 엄마였다.

 

이후로 얼마 안되서 난 아이가 교통사고로 사망했음을 알고

물론 부모만큼은 아니지만, 정말 충격을 먹었다.

 

그 아이는 이 세상 아이답지 않게 천사같고 그렇게 영롱하다고 생각했던 만큼

이상하게도 그 아이의 죽음은 당연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 세상에선 허용되지 않는 아름다움은 일찍 사라진다.

여긴 그런 아이가 살 곳이 못 된다.

이 세상은 탁한 연못이다.거기엔 더러운 물이 드글거리고

수많은 인간들이 그 속에서 아웅다웅하면서더욱 더 물을 더럽힌다.

 

너무 순수하고 영롱하고 특별한 인간은 버티기 힘든 그런 아귀지옥이다.

그래서 그 아이는 날아가버렸다.

그 아이를 상실한 이후 친구는 넋이 나가버렸다.교통사고를 일으킨 사람이 다름 아닌 아이의 아버지였다.

죽은 건 오로지 자신들의 아이뿐이었다.

난 솔직히 그 아이가 그들에게 과분하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특히 친구는 매우 속물근성이 강하고

아집도 강하며 타인에 대한 배려나 이해가 부족했다.

 

물론, 매우 좋은 친구이고, 쾌활하고 대학시절 나의 좋은 파트너였지만

한편으론 냉혹하고 이기적이며 사랑이 본질적으로 부족하고 열등감도 강해서

주변 사람을 힘들게 할 타입이랄까?

 

암튼 그렇게 너무 아픈 사랑은 사랑이 아니요

너무 아름다운 사람은 사람이 아니며

너무 간절한 건 절대로 얻을 수 없는 것이라는 

 

단순한 진리를 난 수없이 깨우치며 살아왔다.

멀쩡하게 내 눈앞에 있던 물건이나 사람도

내가 원하고 사랑하고 간절하게 생각하게 되면 이상하게 사라져 버린다.

 

내가 살아온 인생은 그러했다.

대용품은 절대로 사라진 걸 대신해주지 못했다.

 

그리고 지금 난 바로 그러한 상실감을 여전히 느끼고 있다.

역시 한 번 날아간 것은 되찾을 수 없구나...

 

그건 그것만의 특별함이 있는데,

그걸 다른 것으로 대체할 순 없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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